싸이 노래는 헬스장에 제격이다. 그곳 특유의 바이브가 굳이 돈을 내고 나가게 만든다. 운동할 맛 나게 하기 때문이다. 쿵쿵 스피커로 음악이 크게 들리면 없던 흥도 생긴다.
체력이 떨어져 기운을 끌어올리려고 간 헬스장이다. 검색하고 등록까지 두 시간이 안 걸릴 만큼 신속하게 진행했다. 헬스장에 들어서니 땀범벅이 되어 뛰고 있는, 관리 잘 된 회원들의 다부진 몸이 보인다. 자기 관리에 열심이구나. 모든 벽이 거울이라 어디에 서 있어도 내 몸을 볼 수 밖에 없는데, 거울에 비친 반팔, 반바지를 입은 내 바디 라인에 적잖이 놀랐다. 그간 내 몸 관리에 신경을 너무 놨다고 자각하면서, 나만 빼고 모두 운동의 세계에 있었던 걸 뒤늦게 깨달아, 마음이 바빠진다. 마침 헬스 등록과 함께 산 동기부여용 나이키 운동화가 만족스럽게 부추긴다. Just Do it. 그래 오늘부터 달리는 거다. 마음이 이토록 끓어오르지만 막상 뭘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신입 회원이 트레이너들눈에 띈다. New face.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오셨지요. 그들이 건네는 호기로운 인사에 쭈뼛쭈뼛 눈인사로 소심하게 응답한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앳된 청년들이 몸도 좋다. 이 맛에 오는가.
스쾃을 배웠다. 처음으로.
제가 진짜 운동을 안 했거든요.라고 일단 선수 친다. 트레이너에게 내 저질 체력을 말해서, 아주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켜, 미리 나를 보호하고 싶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믿을지, 설명할 과거 이력을 찾는데, 트레이너는 내 운동 자세를 어서 보고 싶은 모양이다. 일단 해 보자며, 다리를 어깨너비만큼인지 더 벌리라고 했는지, 발가락 방향을 살짝 바깥쪽으로, 엉덩이를 좀 빼면서 의자에 앉듯이. 역시 운동의 세계는 말보다는 몸이다. 이내 민망한 순간이 온다. 흔들의자에 날 앉힌 것처럼 다리가 휘청휘청했다. 트레이너에게 증명이 되는 데 10초. 아시겠죠. 저 진짜 운동이란 걸 안 해서 근육이 1도 없어요.
하라고 하니까. 이것만 시키니까 해본다. 선생님이란 자고로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본 사람 아니던가. 거울 앞에만 서서 스쾃 자세를 잡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지 다 보인다. 에이, 나도 기구에 앉아서 폼난 거 하고 싶은데. 저런 걸 하면 헬스장에 돈 낸 값어치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몸 말고 머리로가성비를 따져보면서 일단 하긴 했다. 하루 이틀, 젊어서 그랬는지 갈수록 느낌이 다르다. 자세가 잡히고,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이 운동을 왜 하는지 알 것 같다. 근육을 쓴다는 느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다. 나는 매일 발전만 했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일만 있었다. 그래서 재밌었다. 성장만 하니까. 힘이 쫙쫙 들어가서 운동이 되는 게 느껴진다. 기분 좋은 힘씀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이 세계를 모르고 살았다니 그동안 연비 떨어지는 차만 몰고 다닌 것 같아, 아까워 죽을 맛이다.
헬스장 우등생인 나는, 두 달 만에 스쾃 백 개쯤은 거뜬히 하는 사람이 됐다. 하체 힘, 허벅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남편에게 잔소리하는 지경까지.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엉덩이를 낮추며 근육을 느끼고, 소시지를 구우면서도 한 번, 티브이 보면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루에 천 개를 한다는 유튜버를 보면서, 응 그럴 수도 있다. 시크하게. 새삼 놀랍지 않다. 나도 하니까. 더 높은 경지를 원했다. 그냥 맨몸으로 하니까 힘이 안 들어가서 4kg, 5kg 아령을 들고 해 보고 와이드 스쾃, 내로우 스쾃, 레그 프레스. 하체 운동에 눈을 떴다.
문제는 김종국 같은 사람들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손흥민의 가르침이 그땐 없었다. 나는 초짜라 기가 죽었다. 잘 못 다루는 운동기구 앞에 있는 내가 낯설고, 이렇게 해서 무슨 대회 나갈 건가 싶었다. 합리화를 했다. 집에서 꾸준히 스쾃 백 개만 해도 작고 소중한 내 근육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리고 스쾃 백 개는 우리 집 거울 앞에서 최고 잘 된다. 게다가 십 분이면 끝. 스쾃을 배운 이후로 지금까지 헬스장을 다시 안 가는 이유가 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망설임이 없다. 내 허벅지 근육을 지키는 시간. Just One 10 MINUTES.
바람에 휘엿노라 굽은 소나무를 웃지 마라. 봄바람에 핀 꽃이 매양 고우랴. 풍표표 설분분할 제 너는 나를 부러워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