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녀 Sh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즈 Dec 14. 2022

유연함을 떠나서, 요가



전굴.


모두가 땅에 납작 엎드리는데 나는 안된다.

통 거울 속 나를 쉽게 찾는다. 나만 거울을 보고 있으므로. 주위를 둘러보면 신기하다. 저들은 뭐지. 내가 중간쯤이 아니라는 게 쉽게 납득이 안된다. 여기만 오면 나는 낙오자다. 두리번거리다 요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다. 선생님이 내게로 오신다. 어김없다. 뒤에서 나를 지그시 누르면서, 하나 둘, 다시 숨 쉬었다가, 하나 둘. 많이 굳어있다고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요가는 잘하고 못하고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지점에서 자극을 느끼면 된다고 했다. 할 때마다 잘 안 늘어서 자주 못했고 그래서 늘 뻣뻣했다. 요가 수업에 25명이 있다유연성으로는 내가 꼴등이다.



나는 6개월쯤 계속해야만 조금 더 내려가는 정도의 유연함을 갖고 있다. 잘하려고 계속 노력하면서, 요가 자격증을 따보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그런다. 그런 건 타고난 유연함이 어느 정도,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수련을 많이 해서 하는 거라고. 내 의지를 팍 꺾는다. 머리로는 수긍할 밖에 없다. 이렇게 꾸준히 6개월을 했는데도 고작 이만큼 내려가니까. 나는 전굴 자세만 완벽히 하는 데도 어림잡아 몇 년은 걸릴 듯하다. 그런데 그 마음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요가복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요기, 요기니들이 요가복을 티케팅하듯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애슬레저 룩의 세계에서도 ‘한정 수량’의 유혹은 무시하기 힘들다. 부디무드라, 찬드라 등 인기 있는 요가복 브랜드는 새로운 에디션을 오픈할 때마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서버가 마비된다. 안 하는 운동이 없는 MZ세대는 SNS에 운동 사진과 함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를 업로드하며 하루 치 성취감을 챙긴다.

출처 www.allurekorea.com / 2022년에 일어난 일 #라이프스타일편 / 2022.12.11



오늘 운동 완료. 라고 어디에 업로드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한때 매일 사진을 찍으며 하루 치 성취감을 챙긴 MZ 세대다. 1980 년대 초에 그러니까 정확히는 83년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이므로. 요가복을 입은 사진은 sns 에 업로드할 사진으로 딱이다. 하의는 쫙 붙고 상의는 펑퍼짐하게 입어도 그 사이로 드러나는 호리호리 늘씬한 느낌이 좋다. 요가 선생님이나, 내 앞의 그녀, 광고 속 예쁜 그들처럼. 몸매 라인이 다 드러나는 요가복이 내게 완벽하게 어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벗기가 힘들고 입기가 어려움에도 여성의 몸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해 주는 옷이 또 있을까.






운동복 사랑이 컸는데 짧은 티셔츠, 레깅스로 민망한 엉덩이를 덮어줄 셔츠형 상의, 집업, 운동화 모두 구색을 갖추느라 돈 꽤 썼지만, 그중에도 요가복 사랑이 최고였다. 뮬라 웨어, 젝시믹스 쇼핑 앱을 얼마나 자주 봤는지. 한 번은 온라인으로 구매가 안되고, 먼 백화점에 지금 그 물건이 있다고 해서, 웬만해서 낯선 장거리 운전은 안 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를 줬던 게 요가복이다.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다     

-고정희, 고백-편지 6



감전되어 온몸에 요가복 사랑이 절절 흐르는 나의 목표는 단순했다. 예쁜 요가복을 그 옷 답게 입는 것. 그러려면 군살이 없어야 한다. 배에 힘을 주고 다녔다. 레깅스를 입으면 살이 빠지는 것 같고 수시로 거울을 보게 하고 이걸 365일 입으면 다이어트가 될 것 같았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게 되니까. 레깅스 룩을 검색하고 레깅스에 잘 어울리는 원피스도 사면서 내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나는 예쁜 요가복을 입기 위해 6kg을 뺀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튼, 스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