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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25. 2022

모자 씌워줄게요, 스노우맨

나를 잊지 말아요



눈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딸아이의 책에서 눈사람이 자주 띈다.

친구라는 소재와 연결했을때, 따뜻하면 녹는 아이러니가 있어 스토리가 무궁무진해지겠다.


추운 곳에서 지켜내야 하고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순간성이라는 가치가 돋보여 신비로운 대상이다.



그림책 <눈아이>에서


눈사람을 우연히 본 아이는 우와 우와 우와 말을 하는 그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사라진 친구.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다시 겨울, 내 옛날 눈사람 친구를 만난다.



다시 만난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내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다.


초등학교 여름 방학, 화채를 만들어 사진을 찍어 내는 숙제가 있어 우리는 친구 A의 집에서 함께 만들기로 했다. 친구네 집 부엌이 인상 깊었다.

오래된 주택이었는데 'ㄷ' 모양의 부엌 선반 아래서 우리는 바닥에 앉아 화채를 만들었다.


요리를 많이 한 집에서 나는 이 음식 저 음식이 섞인 쿰쿰한 냄새가 났고, 둘러앉아 사진을 찍는 내내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킥킥대느라 사진이 죄다 웃긴 표정으로 남아 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이 내 기억에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친구 집에서 봤던 밥그릇 때문이다. 우리 집 밥그릇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던 그릇. 우리 집에서는 저런 그릇에 고장을 담아냈었는데 그 사이즈가 친구네 집에서는 밥그릇으로 쓰였다. 당연히 밥 양은 적었고, 부끄럼 많은 소녀는 그 밥이 작다고 결코 말하지 못했다.


친구 A네 집의 '작은 밥그릇'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가 깔깔거리던 여름의 사진  컷을 다시 만나 함께 이야기보고 싶다.




그들의 눈사람 속에도 내가 있을까.


내가 추억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나도 추억되길 원한다.


김상근 <두더지의 선물>

사실

우리는 모두에게

눈사람 같은 존재다.


짧은 순간 만나서 끝내 사라지고 말더라도

따뜻한 추억이 되어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내가 만나게 될 눈사람에게

내가 쓴 모자를 벗어서 씌워주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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