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씌워줄게요, 스노우맨

나를 잊지 말아요

by 우즈


눈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딸아이의 책에서 눈사람이 자주 띈다.

친구라는 소재와 연결했을때, 따뜻하면 녹는 아이러니가 있어 스토리가 무궁무진해지겠다.


추운 곳에서 지켜내야 하고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순간성이라는 가치가 돋보여 신비로운 대상이다.



그림책 <눈아이>에서


눈사람을 우연히 본 아이는 우와 우와 우와 말을 하는 그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사라진 친구.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다시 겨울, 내 옛날 눈사람 친구를 만난다.



다시 만난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내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초등학교 여름 방학, 화채를 만들어 사진을 찍어 내는 숙제가 있어 우리는 친구 A의 집에서 함께 만들기로 했다. 친구네 집 부엌이 인상 깊었다.

오래된 주택이었는데 'ㄷ' 모양의 부엌 선반 아래서 우리는 바닥에 앉아 화채를 만들었다.


요리를 많이 한 집에서 나는 이 음식 저 음식이 섞인 쿰쿰한 냄새가 났고, 둘러앉아 사진을 찍는 내내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킥킥대느라 사진이 죄다 웃긴 표정으로 남아 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이 내 기억에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친구 집에서 봤던 밥그릇 때문이다. 우리 집 밥그릇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던 그릇. 우리 집에서는 저런 그릇에 고추장을 담아냈었는데 그 사이즈가 친구네 집에서는 밥그릇으로 쓰였다. 당연히 밥 양은 적었고, 부끄럼 많은 소녀는 그 밥이 작다고 결코 말하지 못했다.


친구 A네 집의 '작은 밥그릇'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가 깔깔거리던 여름의 사진 한 컷을 다시 만나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들의 눈사람 속에도 내가 있을까.


내가 추억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나도 추억되길 원한다.


김상근 <두더지의 선물>

사실

우리는 모두에게

눈사람 같은 존재다.


짧은 순간 만나서 끝내 사라지고 말더라도

따뜻한 추억이 되어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내가 만나게 될 눈사람에게

내가 쓴 모자를 벗어서 씌워주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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