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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31. 2023

불안함이라는 섬

친구에게 전화걸 때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뜬금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내게 필요한 조언이 무엇인지 묻거나, 동기부여를 받으려고 연락을 취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상황, 기분을 나열하면서 통화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남는 것은 내 상황에 대한 친구의 애정 어린 잔소리, 나도 그렇다는 식의 푸념과 함께 언제 한 번 보자는 식으로 끝이 났다. 수다를 떠느라 발설한 에너지로 잠시 힘이 나는 듯 하지만, 그 에너지는 오래가지 못했고, 방전되면 다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에너지를 충전했다.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불안함이라는 섬이 떠오르고 있었다. 무시하고 싶어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오늘, 이번 주, 올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사실은 친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특정한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불안도 함께 오는 것이 문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다가 또 그만두면 어떡하지, 그걸 한다고 해서 뭐가 돼. 끝없이 고민이 되고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불안이 느껴진다면, 지금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핑계로 피하고 있는 그것에 5분이라도 시간을 썼어야 했다. 피하거나 미루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전화 걸어 '자극'을 받고 싶었어.라고 합리화하지만, 실상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미룬 것이다.




해야 할 일에 관심을 돌려야만 시작할 수 있다.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려면, 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순간에 머물면서 자신의 일을 겨냥하는 데 완전히 몰두해야 한다.


하지 못했다면, 이것을 하지 않으려 회피하는 순간의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볼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인가. 해서 안 될 것 같거나,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은가. 아니면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인가.


할 일을 하지 않고 딴짓으로 새려 할 때, 어떻게 하면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사소한 지점에 열쇠가 있다. 그 순간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거의 관성적으로 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그것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된다. 5분의 시간 동안 잠깐 멈추고, 상상해 본다. 해야 할 일을 한 내 모습과 하지 않은 내 모습을 각각 떠올려본다. 하지 않고 싶더라도, 해야 할 일을 아주 작게 한 걸음만 가 보는 것이다. 책을 펴 둔다던지, 단어를 하나만 쓴다던지, 아령을 잡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아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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