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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Sep 01. 2023

얼음 가득 아샷추 한 잔이 완성하는 글쓰기 모드

나만의 취향

글쓰기를 위한 준비 모드는 이렇다. 도서관이나 카페처럼 아무리 적은 사람이 있는 공간이라도, 혹은 그 카페에 오늘따라 사람이 없어, 스타벅스 2층에 나 혼자 있더라도 나는 집중을 할 수 없다. 지금 이 무드가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5초 뒤, 혹은 15분 뒤에 나타날 수도 있는 사람이 내 바로 뒤에 앉을지, 건너편에 앉아서 같이 온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시끌벅적 떠들지 알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집이 좋다. 내가 상황을 알맞게 요리조리 통제 가능하니까.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도, 밖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에도 신경쓰이면 바로 닫으면 되고, 버티컬을 어느 정도로 올릴 지, 채광도 알맞게 수시로 조절되며, 화장실도 시시때때로 갈 수 있고, 갑자기 목이 마르거나, 간단한 단 것이 필요할 때도 즉시 해결 가능한 점이 매력이다.


갤럭시 탭으로 밀리의 서재를 켜두고, 어느 책의 한 꼭지를 열어 세워둔다. 그 속의 문장을 읽어 나가다가 어느 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면, 그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거침없이 쓸 때는, 핸드폰과 연결한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한다. 노트북을 켜면 너무 일을 하는 느낌이라, 카톡을 켜서 내게로 전송을 자주 이용한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빨리 전송하는 느낌으로 부담없이 몇 문장을 토닥이다 보면, 어느새 멋진 두어단락이 완성되어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빠알간 나의 다이어리가 펼쳐져 있다. 펜과 함께. 오늘의 일상을 시시각각으로 적어가면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감에 대해서 적어둔다. 때때로 떠오르는 집안을 케어할 용품이나, 오늘 바로 해야하는 일 같은 것들도 메모하면서 진행한다. 적어두고 잊으면 안심된다.


아샷추가 빠질 수 없다. 슈가프리 립톤 아이스티 두봉지에 카누 블랙이 섞인 머그잔에, 정수기에서 물을 조금 받아 포트에 넣어 스위치를 누른 후, 뜨겁게 끓어진 물을 바닥에서 3센티 정도만으로 조금 넣어, 긴 티스푼으로 섞는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혹은 머그잔의 느낌에 따라 스테인리스 티스푼을 택하기도, 나무 티스푼을 고르기도 하는 것은 재미있는 순간이다. 여기에 얼음을 넣는다. 이 때의 얼음을 위해서 냉동실에는 항상 세 가지 모양의 얼음틀에 얼음이 얼려진 상태도 대기하고 있다. 지구처럼 둥근 지름 8센티 정도의 볼 모양, 가나 초콜릿 사이즈보다 약간 더 긴 직사각형 모양, 알사탕보다 약간 큰 동그란 모양. 각각의 모양 얼음을 종류대로 고루 넣는다. 뜨거운 음료가 차갑게 될 때까지. 온도를 낮추느라 사라진 얼음을 더 계속 추가해야 하므로 많이 필요하다. 얼음이. 계속 넣는다. 까짓거 얼음 플렉스다. 완성한 잔에서 물이 떨어지므로 티슈한 장이나 잔받침을 받쳐 키보드 왼쪽으로 두면 완성.


음악은 베이지 멜로우의 피아노나, 재즈를 틀어둔다.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나만의 취향을 알아나가면 재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므로, 내 마음이 어떤 순간에 편안한지, 글을 쓰도록 무엇에 마음이 확 열리는지 알아보면 될 일이다. 결국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둘러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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