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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an 02. 2023

살아남는 이야기의 힘

나의 '캘리'는 누구인가




자살하려는 시도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영화 <캐스트 웨이>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고립된 섬에서 죽어 버리려는 시도를 다. 그럼에도 결국 살아남는다.

 

모든 상황이 괴롭고 절망스러운데도 왜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까. 그들에게는 괴롭고 절망스러울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주인공을 버티게 한 힘은 고립되기 전에 약혼한 여자 친구다.  어떤 순간에도 지켜내는 '캘리'의 사진이 그것을 증명한다.


주인공은 1500일,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섬에 고립되어 지냈는데, 살아남으려 애쓴다. 왜냐하면 약혼자 ‘캘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그녀를 만나기 위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섬에 고립되기 전에 일로 너무 바쁘게 사느라, 함께 하지 못한 그녀와의 행복한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섬에 와서 깨닫는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버티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되는 중요한 무게라는 사실을. 다시 만나야 한다. 그러자면 절망해서도 안 되고 좌절해서도 안된다. 섬에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되니까.      



주인공에게는 그게 생을 이어가게 한 이야기다.

내면에 그런 이야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야기는 일종의 ‘그릿-노력의 힘’ 같은 것이다. 비록 주인공이 살아남아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는 인생의 반전이 숨어 있지만 고립된 상황을 버티게 한 그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      


영화의 결말을 말하자면 보는 이가 행간에 숨은 이야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구성해 두었다. 감독이 어떻게 보여주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했던 엔딩이었다.



이 영화는 열 번도 더 본 영화인데,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의 이야기에 담긴 시간 뿐만 아니라 그 바깥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을 탐정처럼 더 파헤쳐 보고,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의 시간도 계속 따라가서 보는 거다.    

  

또는 일어난 일과 결말의 장면은 정해둔 채로, 어떤 징검다리를 거쳐 그 결말에 이르게 될지 나만의 스토리로 다시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다. 징검다리에서 관찰할 사건을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느냐에 따라서, 나의 삶을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징검다리가 정해지면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외딴섬에 4년간 고립되었는데 살아남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죽지 않고 버텼는가. 지금 스치는 장면에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떠올라 확실히 살아야만 하는 동기가 느껴지는가.


반대로 나를 떠올리며 살아내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그들의 마음 속에 이야기로 들어가 있는가 묻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살아남아야만 하는 존재가 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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