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재밌게 놀고 싶다. 그러려면 놀라움을 일으켜야 한다. 어떻게 여기 숨을 수 있지. 생각이 들게끔. 여긴 생각 못 했겠지 싶은, 작은 공간에 큰 몸을 구겨 넣고 숨을 죽여 기다린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나를 못 찾고 바로 근처에서 지나갈 때면 도둑놈의 시선이 이런 건가 싶다. 최선을 다해 놀아주면서, 놀 때 잘 노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어떻게 놀면 좋을까.
흠뻑 빠져 노는데 유익함 한 스푼 더 챙기는 놀이를 원한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니까 더 절실하다. <숨바꼭질>이란 책을 봤다. 이 책의 숨바꼭질은 옷장 속에 들어가거나 화장실 문 뒤에 숨는 기발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 속 아이들은 달랐다.
두더지 아이, 고양이 아이가 심심해서 숨바꼭질을 하는데, 숨기 위해 일단 큰 창문 밖으로 나간다. 집에서 자연으로 막 뛰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나가면 바로 정원과 들판이 이어지는 숲세권. 부럽다. 얘들은 수시로 들락날락하겠구나. 아파트와 다르다.
술래가 찾기 전에 숨는 장소를 몰래 바꾸는 것이 숨바꼭질의 재미 아니던가. 숨으러 뛰어가는 도중에 늘 보던 동네 할머니가 인사한다. 뽀뽀 할머니 캐릭터. 평소 찐한 교류가 있었음이 느껴지고, 아이들이 막 나가 놀아도 집 주변에 소통하는 동네 어른이 있어 안정감을 준다. 술래가 하나, 둘, 셋, 하는 소리에 맞춰 페이지가 넘어가는 구성도 재밌다. 넘길 때마다 들판, 호수, 숲속으로 훅훅 넘어가고 애들이 노는 배경이 넓다. 그림은 디테일해서 가만 들여다보면, 더 읽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숨어있다. 호수 위 작은 배에 숨으면 건너편에 이미 놀고 있는 다른 친구들이 있어 들키기 십상이라 더 들어간다. 숲까지. 쉽게 넓게 자유롭게 노는데 주도적이다. 숨바꼭질을 집에서부터 숲 속까지 하는 거였다.
우리 가족이 자연 속에 놀았던 일을 떠올려본다.
바다다. 깊은 물과 얕은 물 사이. 적당히 재밌을 지점. 파도를 넘길 수 있되, 떠밀려 나가지는 않을 구역. 우린 거기서 오래 놀았다.
아이는 조금 두렵기도 한 파도에 가슴이 뛰는 모양이다. 그간 물 분수, 물 놀이터, 수영장에서만 놀다가, 물의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라는 공간에 놀라며 바다에 눈을 떴다. 파도는 왜 만들어지는 거야. 질문까지. 진짜 호기심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6시간을 내리 노는데, 쉬러 들어와서 간식에 관심도 없다. 바로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해서 부모는 바닷속으로 교대로 투입돼야 했다. 진짜 잘 놀았다. 역시 바다 한 가운데나 숲 속까지 들어가야 제 맛이다.
자연에서 노는 것만이 놀이의 핵심은 아니다. 애가 좋아하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 캠핑 가서 밤이 되면 텐트 안에서 가족 다 같이 아이엠 그라운드 할 때다. 값비싼 텐트 용품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빠와 잡기 놀이하면서 동네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꺅꺅 소리 칠 때다. 테마파크 가서 아이는 혼자 놀고, 엄마 아빠는 테이블에 앉아서 핸드폰 보며 커피 마시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돈을 쓴 만큼, 짐을 챙긴 만큼, 남은 게 있나 생각하게 되는 밤이라면, 알맹이가 빠진거다. 애 마음을 놓치면 헛수고다. 특별한 목적 없이 스스로 움직이면 놀이라는데, 목적 없이 논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며 노는 것도 성찰하는 이 시대의 엄마란.
읽은 책 제목은 숨바꼭질! : 베르메유 숲의 보일락 말락 추격전, 작가는 롤리타 세샹, 까미유 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