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1학년 엄마 성적표 : 미흡 2

소리치고 화를 냄

by 우즈

초등 1학년 아이에게 이런 이유로 화를 냈다 3




목요일 저녁에 약속을 할 당시에 너무 쉽게 '응'이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또 안 하고 이 일을 가볍게 여길까 걱정되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근데 내일도 안 하면 다시 학교 가서 하고 오는 거다'라고 말했었다. 그 말이 진짜가 되었다.


하교 후에 다시 학교로 가는 것에 대해 담임 선생님께 혼날 것 같다고 아이가 걱정했다. 엄마랑 약속한 것이 있는데 안 해서 엄마에게 혼나고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했더니, 그러면 선생님께도 또 혼날 것 같아서 싫다고 아이가 엉엉 울었다.


이제 한 치도 물러날 마음이 없어서 그럼 엄마한테 혼난 얘기는 빼고 네가 가고 싶어서 간다고 하면 되겠냐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선생님, 아이가 아침에 날짜 체크하는 걸
깜빡했다는데 지금 가서 해도 될까요.


삼십 초만에 답장이 왔다.

'네 제가 지금 회의 갈 거라서 혹시나 ○○이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선생님께 온 답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나니 울음을 그치고 가겠단다.


아이는 다시 학교로 가서 교실에 계신 선생님을 마주쳤고 '이거 뭘로 동그라미 해요'라고 물은 뒤, 선생님이 네가 갖고 있는 사인펜으로 하면 된다고 하셔서 사물함에 있는 자기 사인펜으로 오늘 날짜를 동그라미 하고 드디어 첫 번째 스티커를 붙이고 돌아왔다.



하교 후에 자발적으로 학교에 가겠다는 아이의 의지도 의아한데, 방금까지 울었던 티도 나는 아이를 당연히 담임 선생님께서 이상하게 여기실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가 학원에 간 동안 그간의 일을 자세하게 장문의 문자로 보내드렸다.


선생님^^
사실 ○○이 화요일에 날짜 쓰기 역할 있는 걸 안 날에, 그날 날짜가 무엇인지 몰라서 안 했다고 해서 날짜 가르쳐주고 목요일은 꼭 하고 오기로 했는데, 목요일도 뭘로 동그라미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하고 오늘은 심지어 선생님이 아침에 "○○이, 오늘은 해보자" 하셨는데도 뭘로 해야 하는지 여쭤볼 타이밍을 놓쳐서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ㅠㅠ

제가 며칠 동안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3일째 아이가 노력하지 않아서, 아까 하교 후에 또 안 했다는 말에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이에게 그런 기본적인 약속도 안 지키고 뭐가 되려 하냐고 좀 많이 다그쳤습니다.

학교에서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들 잘하는지 항상 ○○이에게 물어보는 편인데, 오늘 일로 ○○이가 약속은 잘 지켜야 하는 걸 깨달았으면 해서 죄송하게 하교 후에 아이를 다시 보냈어요.ㅠㅠ 죄송하고 늘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담임 선생님께 보냈던 문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는 이러 이렇게 하고 교실에서 나갔고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라고 말씀하신 뒤




저는 ○○이 편 들어주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네? 'oo이 편'이라는 표현에 멈칫했다. 지금 나는 아이를 혼냈는데 혼난 아이 편을 들어주시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근데 또 우리 아이 편 들어주신다니 뭔가 너무 감사하기도 하면서 지금 상황이 이게 맞는 건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이런 내게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를 본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말씀해 주셨다. 1인 1 역할을 정하던 날, 이 역할을 맡고 나서 역할 수행을 할지 말지, 언제 할지를 정하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했다면 스티커를 붙이라고 하셨단다. ○○이의 경우에 이틀이 지나도 하지 않아서 선생님께서 지켜보시다가 '○○아 오늘은 한 번 해보는 건 어때'라고 조언해주셨고 담임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이 같은 아이는 아마 하루 이틀 더 기다려 줬으면 스스로 했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이제 갓 입학해서 하나 둘 배워가는 아이를 너그럽게 기다려야 했는데 엄마인 내가 아이를 다그친 부분에 대해서 아이의 속도로 기다려주지 않아서



어머니가 잘못하셨네요.



라고 하셨다. 정말 그렇게는 생각을 1도 못했다고 '그런 건가요' 했더니 덧붙이는 선생님 말씀 중에 '그런데 어머니를 진짜 화가 나게 한 것은 뭐였을까요'라고도 하셨다.


'어머니 잘하셨어요'가 아닌 '잘못하신 거예요'라는 대화에


네?
네~
네.


하며 시원하지 못한 마음으로 상담을 마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뭔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으로 크게 한 방 맞은 듯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아이가 아니라 제가 잘못한 거라고 말씀하신 거죠 선생님?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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