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장작

by 우즈


아이의 취미 생활

남편은 아이에게 계절 스포츠를 종류별로 최대한 접하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겨울에는 스키를 함께 타며 가르쳤고 이제는 수영을 배워보라고 은근히 권유한 지 석 달이 지나간다. 여름 방학 직전에 학교에서 간 생존 수영 교육과 여름 방학 동안 간 실내 수영장의 맛에 한참 길들여진 아이에게 수영 학원 등록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전문적인 선생님께 수영 스킬을 배우는 데 참 재미있었나 보다. 왜 일주일에 한 번 밖에 가지 않는 거냐며 오늘 자신이 수영장에서 본 선생님들의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을 설명하는 아이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런 아이에게 뭐든지 다 배우기 전에는 그걸 왜 배워 싶지만, 막상 배우면 또 다른 한 세계가 열리는 거란다 그러니 뭐든 새로운 것을 주저하지 말고 계속 배워나가렴.이라고 말하는 내가 있었다. 그 말을 하는 내 속의 어린 내가 가여웠다. 나는 어릴 때 이렇게 다양한 것을 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걸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는 어른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내 아이를 격려해 주면서도 한 편으로 내 몸속의 어린아이도 다독여주는 밤이었다.



엄마의 취미생활

불안해지면, 일단 문방구를 간다. 연습장이다. 어떤 디자인이 있는지 눈으로 쓱 훑는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색감과 손바닥만 하거나 조금 큰 크기인지 살핀다. 내지 구성이 너무 뻔하면 안 된다. 거기다 내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해야 할 공간이 용이해야 하니까.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개 이상이면 산다. 흡족하다. 펜이다. 집에 이미 많은 펜다발이 있지만, 다 같은 것이 아니니까. 지금 이 형광펜을 사면 나는 당장이라도 책을 꺼내어 밑줄 그을 마음으로 장전되니까. 책 읽는 나를 위해 이 정도 소비는 동기부여로 충분하다. 플래너다. 내가 계획을 못했구나. 그래서 이 지경이 되었구나. 다시 내 삶을 정돈해야겠다. 이미 내 손에 들려진 플래너만으로도 내 삶이 꽉 짜일 것만 같은 설렘이 폭발한다. 신간 도서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흥미로운 제목에 눈이 팽팽 돌아간다. 목차를 넘겨보니 더 흥미진진하다. 그래 내가 이런 걸 읽고 싶었어. 커피다. 내가 하루를 이렇게 가족을 위해 쓰고 있는데 커피 한 잔으로 나를 충전시키는 일은 모두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이다. 5600원짜리 브랜드 커피도 좋다. 이것으로 세 시간 힘이 난다면 그 하루는 온전히 에너지로 충만하니까. 가성비를 따져도 손해 볼 것 없다. 한 조각 말차 케이크를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소소한 행복이 전부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내 속을 충만하게 부풀려야 한다. 내 마음에 흡족할만한 것으로 충전하자.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내 본질을 충족시킬 아이템을 찾자 결국 잘 계획하고 싶고, 중요한 걸 하고 싶고, 중요한 일부터 해내고 싶다는 나의 의지의 표현일 게다. 잘 살고자 하는 욕구, 성장에 대한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장작을 주기적으로 넣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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