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vs 맛

천국과 지옥

by 우즈

외식의 맛

우리 동네에는 고깃집이 있다. 보통의 삼겹살을 파는 집과 다르다. 가만히 들어보면 재즈가 흘러나온다.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적당한 노란 조명들이 있다. 층고가 높다. 흡사 이태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고기는 두툼한 덩어리가 숙성되어 나온다. 반찬들이 정갈하다. 명이 나물류의 반찬과 갈치속젓이 나온다. 흡사 제주도의 흑돼지 삼겹살 집과도 유사하다. 특이한 점은 아보카도다. 오백원 동전만한 연두색 아보카도를 주는데 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고소한 버터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우리 아이가 이 가게를 대하는 방식 중 하나는 분다버그 핑크색 음료수를 꼭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잔을 주는데 얼음에 레몬을 휘감은 걸 와인잔 비슷한 데다가 줘서 오 천원 짜리 임에도 먹을 맛이 나 꼭 시킨다. 무엇보다 아이가 잘 먹어서 우리에겐 외식점 일 등 식당이다. 고기가 구워지는 걸 보면서 언제 다 구워지냐고 아이가 열 번 쯤 물을 때면 고기가 다 익는다. 상추에다가 쌈을 싸서 얼마나 잘 먹는지 모른다. 상추 리필은 기본값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가게가 우리 집 십 분거리에 있어서 만족스럽다. 고깃집은 가족 외식의 시그니처다. 배부르게 먹고 냄새가 배어오는 단점이 있지만.



아픔의 맛

더운 날씨 탓에 밖에서 움직이는 활동량이 줄었다. 지난 주는 특히 몸이 아팠다. 몸살이 나서 열이 38도를 넘었고 온 몸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제일 먼저 먹고 싶었던 커피가 전혀 당기지 않았다. 커피든 밥이든 먹으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고, 처방받은 약 기운이 세서 한 없이 졸렸다. 낮이든 저녁이든 누워서 눈만 감으면 내리 한 시간 이상을 잤다. 자고 나면 개운한 것이 아니라 정신을 잃고 그냥 누워있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삼 일정도 항생제와 해열제와 진통제 성분이 든 쓴 약을 다 먹고 오 일째 쯤 되었던 날 아침을 기억한다. 그간 못먹겠던 커피가 먹고 싶은 기분이 참 오랜만에 들었다. 아 컨디션이 살아났구나 직감적으로 느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몸이 반응해 목소리를 내면서 음악을 흥얼거렸다. 그 진동이 참 편안했다. 허밍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감사한 일일 줄이야. 살만해지니 노래를 부르는 내 몸은 정확하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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