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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11. 2023

꿈을 파는 시대, 내 꿈이 콘텐츠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더글로리의 연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말했다. 자신이 무명이었을 때, 언젠가 내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이다. '기회가 안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다'라고 여기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근원일까. 내가 이만큼 준비하고 살았으니,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준비된 나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긴 걸까. 매사에 최선을 다해하고 있다면, 그 기회는 언젠가 오리라고 믿게 되는 믿음의 근원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리지 않을까.



누가 하라고 시킨 건 아니다.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오래 본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불안을 주지 않고 감싸주는 기분이 들어 매일 봐도 안심이 되는 텐츠였다. 종종 올려지는 커뮤니티의 짧은 글이 위트 있었다. 어떤 날, 채널의 운영자가 쓴 글의 구독 정보를 보게 됐다. 유튜브 운영자이자 동시에 출간작가인 저자의 책을 이미 여러 권 구입해서 봤던 터라, 교육 내용 아닌 일상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낼지 솔깃해졌다. 그간 읽었던 교육분야 장르의 문장 사이로 느껴지는 저자의 필력에 의심이 없어 구독료를 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재밌다. 스물네 편 파일이었고 빠르게 읽었다. 정말 맛있는 밥을 먹을 때 밥그릇이 비어 가는 게 안타까울 때처럼, 읽으면서 이걸 빨리 다 읽어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비유가 맛깔났고,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이어 저자의 브런치 챌린지 모집 공지를 보게 됐다. 챌린지 강의들에 심드렁하던 나였지만, 이번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십 초 만에 결정하고 입금했다. 오래된 막연한 내 욕망이 움직였다. 닮고자 하는 사람에게 나오는 말은 내게 쏙쏙 흡수됐고, 그러는 내가 좋았다.         



겨울이 다가와 긴 외투를 꺼내 입을 무렵,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다. 낮 12시에 냈는데 오후 1시 45분. 두 시간이 채 안 걸려 알림이 와서 놀랐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엄마 작가 된 기념으로 케이크 먹자 하고, 남편은 이거 유튜브처럼 돈 나오냐고 다. 구독자가 생기고 라이킷 수가 늘었다. 댓글도 있다. 함께 하는 팀이 서로 응원해 구독자가 백 명을 넘겼다. 아직 초라한 내 브런치에 어울리지 않는 물거품 같은 숫자지만 힘이 된다.  해 겨울, 브런치 프로젝트가 끝나가면서 이제 어떤 동기가 나를 쓰게 할까 걱정했다. 안 쓸까 봐.    

  







그 겨울,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했을까.  여름이 지나고 입추도 며칠 지난 지금, 글을 쓰면서, 이걸 왜 여태 안 하고 살았나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던 것 같은 마음이다. 그간 나의 일상이 숙제같이 느껴졌었기 때문일까. 글을 쓰기 이전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들뜨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또렷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점과 지금의 장점에 대해서 극명하게 대조해 보는 나를 본다. 무엇이 좋고 어떤 점이 나빴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금의 삶이 나쁘지 않다고, 합당한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낸다. 그러면서 이곳에 있어야 할,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살아갈 것이라는 데에 익숙해지려고 의식을 더 또렷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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