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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

정보를 더 모으는 대신, 반대 증거를 찾아야 한다

by 라이블리데이즈

사람은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매우 능숙한 존재다. 특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우리는 자신이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방향을 지지하는 근거를 열심히 모으기 시작한다. 관련된 기사, 성공 사례, 누군가의 긍정적인 말, 수치와 그래프. 그 모든 것이 지금 내가 하려는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자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자료들을 얼마나 많이 모았든, 그것이 정말 더 나은 결정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정보 수집은 판단을 넓히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강화하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믿고 있는 생각이나 선택을 지지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한다. 문제는 이 편향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미 결론을 내린 후 그 결론에 맞는 자료만 모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하기 전, 정보를 더 많이 모으는 것이 실제로는 ‘판단을 위한 탐색’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강화하기 위한 정당화 작업’으로 흘러가는 일이 흔하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판단이 더 명확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지금의 생각을 믿게 되는 확신만 커지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반박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런 정보를 반증 자료라고 한다. 자신의 결론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 반대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논리, 지금의 선택이 실패할 수 있는 조건 같은 것들이 모두 반증 자료에 포함된다. 이 과정을 일부러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원래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그 불편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을 의도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 더 타당한 선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 원리는 리더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리더는 조직 안에서 가장 먼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말 한마디는 팀 전체의 사고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리더가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면, 팀원들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고 느낀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리더의 의견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리더의 판단을 검토하거나 반박하기보다, 그 생각이 왜 맞는지를 정리하고 증명하는 방향으로 정보가 쏠리게 된다.


하지만 리더가 원하는 것은 ‘내 생각이 맞다는 증거’가 아니다. 리더가 진짜 바라는 것은 ‘조직에 가장 이로운 결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일수록 더 의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대 근거를 요청해야 한다. "이 방향이 틀릴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 전략이 실패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변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져야, 의사결정은 확신이 아닌 검증 중심으로 전환된다.


반증 자료를 찾는 일은 불편하고, 번거롭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서지 않으면,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정보를 모아도, 데이터가 쌓여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사결정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자신의 생각을 더 철저하게 검증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더 많은 자료가 아니라, 내가 놓친 단 하나의 반대 데이터일 수 있다.



*️⃣ 의사결정 전에 사용할 질문 리스트:

1.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리스크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2. 비슷한 시도를 했던 조직 중 실패한 경우가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3. 반대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점이 가장 설득력 있는 비판이 될 수 있을까요?

4. 이 결정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조짐은 무엇일까요? 그 조짐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다시 판단해야 할까요?

5. 다른 옵션들도 공정하게 비교해 봤다고 말할 수 있나요?

6. 현재 이 결정에 회의적인 팀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왜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 불안이나 반대를 정당한 것으로 본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7. 지금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8. 지금 이 판단이 ‘맞다’는 확신이 들게 만든 정보 중, 가장 신뢰도가 낮은 정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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