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매일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작은 결정이라도 시점과 방향성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며,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리더의 판단 하나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리더십에 있어 필수 요소다.
사람의 뇌는 여러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이성적 사고와 논리적 판단, 그리고 충동 억제를 담당한다. 복잡한 문제를 검토하거나 갈등 상황을 조율할 때 전전두엽이 제 역할을 해야만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옵션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분석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평가하며 타당성을 검토할 때 전전두엽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리더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결정을 내리려면 전전두엽의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리더가 평온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터지고,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등 스트레스 요인은 끝없이 쏟아진다. 이때 리더의 뇌에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며, 몸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분비된다. 적정 수준의 코르티솔 분비는 순간적인 집중력 상승에 기여하기도 하고, 단기적으로는 생존이나 각성에 도움이 된다. 다만,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마감이 겹치거나, 중요한 발표나 협상 일자가 계속 이어지는 식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전전두엽을 비롯한 뇌의 여러 기능이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진다. 즉, "높은 코르티솔 → 전전두엽 기능 약화 → 회피적·충동적 의사결정"이라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리더가 언제나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만성 스트레스로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전전두엽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기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문제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쌓이면 뇌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단기적 각성 상태를 넘어, ‘마주하기 싫다’는 식으로 극단적 회피로 치닫기도 한다.
한 중견기업의 팀장이 새 프로젝트 예산 확보를 위해 의견을 조율해야 했으나, 스트레스가 심해 회의가 잡힐 때마다 결론을 미루기만 했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 전체 일정이 지연되고, 팀원들은 “왜 결정을 안 내려주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과적으로 협력 부서와의 조율도 늦어져 손실이 커졌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의사결정에 있어 “결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방식을 택하게 만들면, 조직 전체의 추진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리더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어 더 큰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아지면 전전두엽 기능이 억제되어,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기 쉽다. 결과적으로 논리적 근거보다는 기분이나 예민함에 이끌려 결정을 내리다 보니, 합리적인 선택이나 균형 잡힌 사고가 어려워진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유치를 앞두고 대내외적 압박을 크게 느낀 나머지, 팀원이 사소한 실수를 하자 “왜 이리 무능하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그 결과 팀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어, 실제 성과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리더의 부정적 감정이나 충동은 팀원들에게 빠르게 전염되어, 갈등을 심화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에 악영향을 준다.
리더의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리더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코르티솔 수치를 관리해 전전두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효과적인 두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심호흡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시도할 수 있으면서도, 긴장과 코르티솔을 빠르게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4초간 들이마시고, 4초간 숨을 멈춘 뒤, 4초간 내쉬기” 같은 반복적 호흡법을 통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면, 뇌가 순간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기 전 1분 정도만 호흡에 집중해 보면, 뇌가 ‘위협 상황’으로 인식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한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쉬워진다.
운동과 숙면은 코르티솔 관리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다.
운동: 가벼운 달리기나 빠른 걸음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코르티솔을 억제하고 도파민·세로토닌 등 긍정적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뇌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수면: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숙면은 뇌가 휴식과 재정비를 할 시간을 제공한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이 쉽게 높아지고, 전전두엽 기능도 저하되어 의사결정 품질이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리더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궁극적으로 전전두엽에서 이뤄지는 합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전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회피적이거나 감정적인 결정이 잦아진다. 이는 팀 분위기를 해치고 조직 성과마저 흔들게 된다. 그렇지만 심호흡 같은 방법으로 순간적인 긴장을 줄이고, 운동과 숙면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화하면 전전두엽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이는 리더에게 보다 정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기회를 열어주며,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스트레스 관리와 뇌 건강은 리더십 역량의 한 축이며, 이를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 있어도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