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러 간 미국
미국은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본고장인 만큼 많은 이벤트가 있다.
참가해 본 이벤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온 이벤트는 미국의 핼러윈 스윙 띵(Halloween Swing Thing, 약자로 HST)이라는 이벤트였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미국으로 출장을 갔던 기간 중 주말에 잠깐 들러서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참가했다. 여태껏 가본 이벤트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만 다녔다.
이 이벤트에는 이름에 맞게 핼러윈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행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행사는 트릭 올 트릿 룸(Trick or Treat Room)으로, 각각의 콘셉트를 잡고 호텔 방을 꾸미고 이 방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다.
핼러윈 때 아이들이 집을 돌아다니면서 "트릭 올 트릿!"이라고 외치며 사탕을 얻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행사 참가자들이 아이들이고 호텔방이 집이 되는 것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방에 온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들의 이벤트, 혹은 커뮤니티를 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 나눠주거나 멋지게 꾸며서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알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방들은 핼러윈 하면 연상되는 무시무시한 유령이나 좀비, 호박, 거미들로 장식한다.
어디서 준비한 건지 푸르스름한 조명을 챙겨 와서 유령의 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방문자를 혼비백산하게 만들거나, 게임을 준비해서 결과에 따라 과자 또는 술을 주는 곳도 있었다.
방을 구경한 뒤에는 바로 코스튬 퍼레이드가 있기 때문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상태로 구경한다. 코스튬을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퍼레이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저녁을 먹고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퍼레이드가 끝났지만 옷을 갈아입기는 아쉬웠는지 사람들은 코스튬 의상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뱀파이어와 마녀,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과 공룡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혼자 춤추기 편한 옷을 입고 춤을 추려니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어떤 복장이냐에 따라 오래 입고 출 수 있는지가 달랐는데,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춤을 추면 더워지기 때문이다. 털이 가득한 옷이나 전신을 덮는 동물 잠옷, 드레스를 입고 오랫동안 춤을 출 순 없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편한 옷을 입고 춤추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동화와 현실이 섞여있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국에서의 핼러윈은 코스튬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게 전부인데,
핼러윈 이벤트에서는 다른 집을 방문하는 것처럼 으스스하게 꾸며진 호텔방에 가서 간식거리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였다.
물론 한국에서 춤을 출 때도 이 시기에는 핼러윈 파티를 열어서 분장을 하고 간식거리 정도를 준비하긴 하지만 이벤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전신 옷까지 준비해서 입는 사람은 드물고, 간단한 마녀 복장에 화장으로 핏자국이나 칼자국을 만들어내는 정도다.
한국에서의 핼러윈 파티가 간이 행사였다면 미국의 핼러윈 이벤트는 본격적인 핼러윈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색적인 복장을 입은 사람들과 추는 것만으로도 평소와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물론 해외에서 추는 것이니만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으스스한 소품들도 더해져 공포영화 세트장에서 춤추는 기분도 들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출장 중 1박 2일로 짧게 방문한 거라 같이 올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짐도 많이 챙길 수 없어 코스튬을 준비할 여유도 없었다.
다른 이벤트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기는 했지만 준비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