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러 간 미국
미국의 큰 대회 중 하나인 씨티 오브 엔젤(COA, City Of Angels)이라는 이벤트에는 다른 이벤트에서 보지 못했던 대회가 있었다.
제너레이셔널 스트릭틀릭(Generational Strictly)라는 대회로 파트너를 정해서 참여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의 조건은 꼭 한세대 이상, 20살 넘게 차이가 나야 한다.
같이 춤추는 사람이 나와 20살 이상 어리거나 많을 수 있나 싶었지만, 의외로 가능한 조건이었다.
내가 이벤트에 같이 간 지인도 나보다 20살 이상 많았다.
학생 때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렸고, 회사에서는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분들과 함께 일을 했지만 같이 놀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같이 춤을 추고 있다니, 제너레이셔널 스트릭틀리를 보고 새삼스럽게 나이를 다시 인식하게 됐다.
춤추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다양해서 호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언니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이를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은 공부하느라 춤추러 올 일이 드물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제법 많은 편이다.
미국은 은퇴한 사람들도 많지만, 아이들도 취미를 갖고 있어서 더더욱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덕에 할아버지, 할머니, 중년, 청년, 청소년이 모두 섞여서 대회에 참가했다.
20대와 40대의 조합은 아주 흔했고,
10대와 30대 혹은 40대와 60대 이상의 조합도 제법 많았다.
훨씬 드물지만 20대와 60대의 조합도 간간이 보였다.
참가자 모두의 나이를 아는 건 아니지만 갓 성인이 된 댄서나 50살 이상은 주니어와 마스터라는 대회에서 볼 수 있어 나이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세대 차이가 나면, “요즘 세대는 뭔가 다르더라”, “요즘 애들은 어떻더라” 하며 어울리기를 불편해한다. 최근 20-30대를 MZ 세대로 묶어 당돌하고 자기만 안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Latte is a horse”처럼 놀리듯이 신조어들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말이 세대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20살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이 어울리기 힘들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대회에서 세대를 넘어 다 같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춤으로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것도 아이가 어릴 때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부모님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도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의 일면이라면 훨씬 더 조화롭고 아름다울 것이다.
댄서들도 대부분은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한 편이다.
만약 제너레이션 스트릭틀리처럼 한세대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는 조건이 없었다면 파트너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비록 일부만 친해서, 혹은 대회의 상금을 노리고 나온 것이라도 이렇게 어울리면서 서로를 존중하다 보면 모두가 세대를 넘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