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애 Aug 30. 2023

작은 행사, 춤추러 가는 1박 2일 MT

댄서들이 노는 방법


코로나 때, 집합 금지로 실내 체육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몇 개월간 소셜 댄스가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여럿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되었을 때는 아니라서 춤추는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MT를 가기로 했다. 



MT 장소는 댄서들에게 유명한 통나무집으로, 이 층집 한 채를 통째로 빌리는 것이었다. 1층에서 춤을 추고 2층에서는 잠을 잘 수 있는 구조였다. 1층의 테이블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면 여러 커플이 다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넓이였고 마룻바닥에 코팅이 되어있는지 적당히 미끄러져서 춤추기 좋았다. 그 덕분인지 다른 춤을 추는 댄서들도 선호해서 주말마다 댄서들이 찾아와 춤추곤 한단다. 

춤추러 갔던 통나무 별장

통나무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닥과 공간을 보고 어떻게 춤을 출지 생각하면서 짐을 풀었다. 바닥을 신발로 비벼보며 춤출만한지 확인하기도 했다. 막 도착해서는 아직 음악도 틀지 않아서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벌써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도착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마치고는 한쪽에 있는 빔프로젝터로 춤 영상을 틀며 토론의 장을 열었다. 이미 집에서 할 게 없다며 질리도록 본 영상이지만, 다 같이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다들 춤을 추지 못한 탓인지 평소 영상을 잘 보지 않는 사람도 영상을 보게 되었고, 최근에 올라온 영상도 찾아본 듯싶었다. 


사람마다 춤추는 스타일이 다르듯이, 영상을 보는 방법도 모두 달랐다. 영상을 보며 어느 댄서가 자주 쓰는 패턴이나 자세, 눈빛, 손짓까지 분석하는 사람, 프로 댄서의 약력을 읊으며 어느 이벤트에서 봤을 때와 비교하고 기억을 회상하는 사람, 이 댄서는 언제 누구와 춘 영상이 좋다며 다른 영상들을 줄줄이 읊는 사람까지. 영상을 보며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한 번씩 나와서 패턴을 연습하거나 춤을 추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면서 본격적인 춤 시간이 되었다. 댄서들이 모인 MT는 그냥 술 마시고 먹고 노는 게 아니었다. 춤이 더해졌지만, 소셜 댄스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하는 잭앤질도 준비했다. 제비 뽑기로 파트너를 뽑고, 음악은 임의로 골랐다. 재미로 하는 행사라 따로 심사하진 않아서 부담 없이 출 수 있었다. 





잭앤질이 끝나고는 소셜 시간이 이어졌다. MT라서 귀가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밤새 출 수 있었지만, 한동안 밖에 나가지 않은 탓에 체력이 부족했다. 다들 한동안 살이 쪄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핑계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지친 사람들은 체력을 보충한다며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한번 앉아서 술을 마시고 나니 다시 일어나서 춤추는 건 두 배로 힘들어졌다. 



결국 한두 커플만 춤을 추고 다른 사람들은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얘기를 나누다가 음악이 좋거나 갑자기 춤추고 싶을 때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이렇게 춤과 술, 수다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댄서들과 함께 한 MT에서는 춤을 추고 싶을 때면 언제든 춤을 신청할 사람이 있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춤을 출 수 있다니. 혼자서는 할 수 없는데 같이 출 사람까지 있으니 완벽했다.

큰 규모로 진행하는 댄스 이벤트와는 다른 듯했지만, 비슷한 면이 많았다. 워크숍 대신 춤 영상을 보고 분석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고, 심사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대회도 열었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소셜 시간까지 있었으니 이 정도면 우리만의 작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책에 모두 수록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자료,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남겨두었습니다. 

남아있는 글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만 삭제하였지만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전 15화 한강공원으로 소풍 가서 춤추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