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남
퇴근길 우연히 지하철 토닥남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한 중년 남성이 술에 취해 경찰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경찰도 도가 지나친 남성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잔뜩 나서 제압하려고 했다.
뻔한 진상 영상이네 생각하며 동영상을 끄려는데..
그 때 옆에 앉아있던 젊은 청년이 일어나더니 중년 남성을 갑자기 끌어 안았다.
...토닥토닥...
청년은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만하세요라 속삭였다.
중년 남성은 젊은 청년에 말 한마디에 고레고레 지르던 소리를 멈추고 눈물을 흘렀다.
그의 눈물을 보고 그를 흘겨 쳐다보던 시선들도 사라졌다.
...토닥토닥...
그가 분노 속에 바랐던건 토닥토닥 위로가 아니었을까.
몇 달 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총기를 들고 위협하려고 강의실에 들어가려는 분노에 찬 대학생이 있었다. 그를 본 경호원이 꼭 껴안아주며 타이르자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 품에 안겼다.
그저 토닥임이다.
단지 토닥임 뿐이다.
실수가 무서운 사회에서 실수 많은 내 성격은 참 모날 때가 많다. 실수를 하면 일을 해도 안 한 거보다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답답하고 그럴수록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에 빠질 때가 많다. 그게 참 D급 감성 같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감성, 지하철 중년 남성이 고레고레 소리치는 그 감정 따위 그 누가 신경 쓰겠나. 그런데 누가 와서 갑자기 끌어안더니 토닥거리며 진심으로 생각하는 한 마디를 속삭이며 말해준다.
나만의 D급 감성에 지치고 무너질 때마다 누군가 토닥토닥해주며 내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봐준다면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물론 상식을 어긋난 잘못된 행동은 용납받을 수 없다.
그런 위로를 받은 그런 감정을 겪고 아는 '나'라서 글을 써 본다.
D급 감성 따뜻한 위로와 격려.
나와 같은 감성이 있을 수 있겠고 또 이 사람은 이런 감성이 있네 신기해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뭔 말이야. 빠르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D급 감성이
"당신 맘 알아요. 나도 그래요."
딱 이 말 한마디를 글이나 그림에서 전할 수 있다면
그거 하나로 모든 수고를 다행이라 여길 거다.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