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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혜원 Jan 26. 2021

‘지루해서 보이지 않았던 모든 것’

아껴줄게 (Prod. L-like)


20201109 월요일

<아껴줄게 (Prod. L-like)>_ 죠지, L-like (엘라이크), 수민(SUMIN)

 https://youtu.be/xPOGefOdwcs

귀여운 우리 죠지군. 세상에 이런 빡빡이는 없을 거라던 그 시절을 지나서 라스까지 입성하다니, 여윽시 애플's pick


미끄덩, 양치컵에 물때가 꼈다. 컵의 바닥을 손가락으로 휘적거리니 미끄덩한 것이 손 끝에 닿았다. 확 하고 소름이 돋았다.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 화장실 청소인 자에게 있어 물때란 단순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세우고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다그치는 아주 몹쓸 악당인 데다가 ‘넌 날 벗어날 수 없어, 우린 평생 함께 할 거야’하고 음흉스럽게 웃는 스토커와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의 좋은 점이   가지 있는데,

생의 의지를 돋게 만드는 거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맘에 드는 색깔의 고무장갑을 끼게 된다.


한꺼번에 청소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매일 아침저녁 수시로 솔을 드는 스타일.  손에 착하고 잡히는 무인양품의 짧지만 강력한 솔이 청소 메이트다. 세수를 마치고 또는 손을 닦다가도  솔을 잡고 세면대 이곳저곳을 문지른다. 욕조 옆에 세워둔 기다란 솔로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수시로 모아둔다. 그런데 매일 쓰는  안에 물때가 잔뜩  있던 것을 몰랐다. 당혹스러웠다. 하루에 적어도 2번은 꼬박 쓰는  속의 물때를 알아채지 못했다니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당황스러웠다. 발견하지 못한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거라서.


지루해서 보이지 않았던 모든 이란 <아껴줄게>  가사가 마치 인생의 물때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세상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두었더니 마음 곳곳에 끼었던 물때들. ‘다시 만져보고  걸어줄게’, ‘애틋한  하고 바라볼게’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는데 마치 다시금  안에 가득 찬 물때들을 거둬내고 뽀득뽀득 깨끗하고 말끔해질 것만 같은 강한 희망이 샘솟는다.   악당, 쉬이 물러나진 않겠지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고!


아껴줄게 - 죠지, SUMIN (prod. L-like) 캡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곡씩 음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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