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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혜원 Jan 29. 2021

'Love is strong'

<Heal The World>_Micheal Jackson

20201112 목요일

<Heal The World>_Micheal Jackson

https://youtu.be/BWf-eARnf6U


마음이 힘든 날에는 꼭 이 노래다. 마치 온 세상에 '선'만이 존재한다고 속삭이는 곡. 대낮같이 환한 토요일 오후 1시경, 공연을 지켜보는 8살짜리 아이의 귀에 이 노래는 참으로 아름답고 벅차게 들렸다. 가사를 제대로 알게 된 건 그 이후로 수년 뒤였지만, 떠듬떠듬 음만 따라 부르면서 브라운관 너머 그의 날리는 흰색 셔츠가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보였더랬다.


사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세상인데도 순수했던 시절의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건 어렸기 때문이다. 순수와 무지가 죄가 되지 않는 때. 매일 치고받고 싸우는 얘기를 듣는 직업적 특성상 알량한 자존심 싸움과 쓸모없는 진영 논쟁에 지칠 때면 죽을 때까지 이 세상을 바꿀 그 '좋은 어른'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세상은 변하지 않겠지란 무기력감에 슬퍼지는 날.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가슴이 깜깜하던 지난밤. 퇴근길 고속도로를 달려가던 도중 버스에 문제가 생겼다. 토끼눈을 뜬 채로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의 얼굴이 어른처럼 보였다면 과장일까. 휴대폰을 들어 버스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하고 소리치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멀쑥한 얼굴로 메시지를 보내는 바쁜 손들 만 보였다. 우리는 티 나지 않는 불안감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부디 이 길을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 '우리가 당황하면 더 큰일이 일어나니 침착하자'는 온갖 생각들이 버스를 부유했다.


그리고 우리는 정류장에 무사히 도착한 뒤 쿨하게 헤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의 불안을 먹고 위안 삼고 기대면서 산다. 가끔은 흔들리고 뒤틀려버리는 심사들을 '옛다! 받아라!' 하면서 던져버리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걸 지켜보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가 함께 나아가가고 있다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때. 그런 때가 있는 것 같다. 실체를 들춰보면 정나미가 떨어질 때도 있는 세상이지만 정말 좋은 세상이기도 해서 짜증 나고 좋고 그렇다.



https://youtu.be/-ohufgubzZs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곡씩 음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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