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따라다니던 껌딱지 동생
어릴 적에 아빠가 군인이라 군인 아파트에 살던 우리는 같은 아파트 안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 나가서 딱히 누군가와 약속하고 만나 노는 게 아니고 놀이터에 나오는 아이들과 그냥 같이 놀았지. 처음 보는 아이도 금방 친구가 되고 놀이터 흙으로 돌로 주위에 풀과 꽃으로 엄마 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은 까만 고무줄을 넘으며 신나게 놀았어. 어떤 날은 동네 큰 오빠들이 나와서 비석치기 땅따먹기 등등 그런 놀이를 하고 있으면 끼워 주기도 했고.
네 살 차이 나는 울 오빠도 나와서 놀았는데 난 항상 오빠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나도 할래 나도 할래 를 외치며 계속 귀찮게 했지. 오빠는 좀 큰 형아들이랑 놀고 싶어 했던 거 같은데 자꾸 내가 따라다니니까 좀 과격한 비비탄 총싸움이나 막 뛰어다니며 하는 축구 같은 건 자연스럽게 못하게 되었지. 근데 내 기억에 오빠가 싫은 표정 하나 지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 불평도 안 했어.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어느 날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모여서 하게 되었었어. 난 여전히 오빠 하는 걸 따라 하고 있었고 오빠는 나름 진지했는데 그날따라 어떤 큰 형아가 울 오빠한테 시비를 걸었어.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울 오빠가 위험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난 큰소리가 나니 무슨 영문인가 울 오빠랑 그 큰 형아랑 번갈아 쳐다보았는데 그 힘쎄보이는 형아가 꼭 울 오빠를 때릴 것처럼 뭐라고 하면서 빠지라는 거야. 그때 오빠가 나를 자기 몸 뒤로 숨기는 걸 느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린 동생을 데리고 놀자니 재미가 없어서 동생을 빼놓고 오라고 그 큰 형아가 말했을 때 울오빠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랬던 거 같아.
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걸 느끼고 갑자기 분노에 휩싸였어. 그 당시의 나는 울 오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는데 우리 오빠한테 막 뭐라고 하는 그 큰 형아가 너무 싫어졌지. 내가 씩씩거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어.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 너 나빠! 막 그래버린 거야. 앞에서 듣던 그 큰 오빠도 약간 황당한 표정이고 울오빠는 사색이 되었지. 울 오빠가 뒤돌아서 나한테 조용히 하라는 듯 쉿 하고 나를 말렸어.
근데 그 큰 형아가 살짝 당황했다가 비웃으며 다가오는 거야. 나는 오빠를 때리러 오는 줄 알고 막 소리를 꺄악 꺄악 지르면서 우리 오빠 때리지 마!!!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 울 오빠가 당황해서 내 입을 막았는데 난 멈추지 않았고 오빠는 그 길로 내 손을 잡고 집으로 뛰었어. 지금 생각하면 오빠가 나 때문에 얼마나 난처했을까. 자기도 아직 어린애인데 철부지 동생 데리고 다니면서 보호자겸 매번 자기가 노는 놀이터에 같이 놀아야 했으니… 참 미안하게 생각해… 다행히 그 큰 오빠는 다른 동네 주민인데 잠깐 놀러 왔었던 사람인 거 같아. 그 뒤로 난 본 적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