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새로운 시작

퇴사일기 5. 재입사

by Leea


퇴사일.


팀장은 나와 내 옆자리 선생님, 3인의 회식을 제안했다.


“마지막인데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네.”


‘뭐 하자는 거지? 장난하는 건가?

장기간 지속된 괴롭힘과 팀장의 평가로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이 상황에서?’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거절이라는 나의 선택이

또 하나의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튀는 인간'의 선택이 될까 두려워 거절하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의 내가 팀장의 가스라이팅 속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아쉽게 되었네...”


회식 자리에서 팀장의 저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던가, 네네 하고 대답했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기억은 때로 흐려지면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장기간 지속된 팀장의 가스라이팅과 유일한 재계약 불가자라는 결과를 안고 퇴사한 다음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면 된다고 생각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사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일 뿐이니.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침이 오면 왜 눈을 떠야 되는지 모르겠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부모님이 계실 때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대부분의 시간,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며칠, 몇 주를 보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나면 팀장이 맞는 거잖아. 그렇게 둘 순 없어!’


먼지 쌓인 컴퓨터 앞에 앉아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구직을 다시 시작한 나는 1년 여 전 박사과정 대신으로 직업을 구하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전의 내가 많은 공고 중 한 군데 정도 골라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으로 이력서를 제출했다면, 이젠 ‘반드시 되어야 돼. 안되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괜찮아 보이면 모두 지원서를 넣었고 서류, 면접 모두 시켜만 주시면 못할 게 없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 태도 때문이었을까 지원한 곳들 중 3-4군 데서 오퍼를 받았다. 무너졌던 자존감이 조금은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오퍼를 받은 회사 중 프랑스에 본사를 둔 회사를 선택했다.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 가장 큰 이유였고 업무도 흥미로워 보였다. 그에 더해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라는 점, 크진 않지만 이전 연봉보다 높은 연봉이라는 점이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첫 출근날.

회사 건물 앞에서 내가 일하게 될 사무실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반드시 해낼 것이다.’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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