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7. 함께 일한다는 것
"못한다고 전하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한국지사 업무총괄이었다.
승진을 하게 되면서 기존의 업무에 더해 전사업부 기획 및 전략, 홍보, 직원관리, 매출관리 등 담당해야 할 일들이 늘게 되었다. 일이 많아지면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필요한 곳', '내 능력을 인정받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초점은 불만보다 어떻게 이 모든 일들을 잘할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었다. 불평불만을 품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쓸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일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의 우선순위와 가치는 모두 다르다. 그런데 일하는 곳에서도 본인 인생의 우선순위가 가장 우선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일하는 곳에서는 모두가 이 일을 잘되게 만드는 데, 내가 속한 조직을 발전하게 만드는 데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일 보다 퇴근 후의 삶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 '관계가 중요하지.'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후자의 사람들은 인간관계, 자신의 자존감 확인 등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나보다 먼저 입사한 몇몇 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닌 내가 업무총괄의 자리로 승진한 것에 대해 대놓고 불편한 태도를 취했다. 승진이 축하받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오늘부터 추가될 업무입니다."
대표와의 미팅에서 합의된 사항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는 나보다 2달 앞서 입사한 직원이었다.
"누구 생각이죠?"
"대표님과 합의된 사항입니다."
"못한다고 전하세요."
그는 '니 말을 내가 듣지 않을 것이다. 나한테 지시하지 마라.' 같은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나보다 먼저 입사했는데 승진 대상이 본인이 아니라 나라서 기분 나쁠 수 있지. 나라도 그럴지도. 라고 생각하며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원하는 대로 해주자.'
대표에게 전달했고, 당연히 대표는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없는 이상 지시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가서 전했다.
"다시 확인했지만 변경된 KPI를 위해서는 추가되어야 하는 업무로 확인했습니다."
"못해요."
"그럼 대표님께 직접 전하십시오."
더이상 이 문제로 지체할 수 없었다. 산적한 일들을 처리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인간이라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고,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의 효율, 조직의 목표 달성이었다. 승진이란 선택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 뒤에서 '비인간적이다' 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을 듣기도 했다. 인간적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여유가 없었던 걸까' 같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리더의 업무에는 욕을 먹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개별로 존재하는 개개인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느린 걸음이지만 한발한발 함께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에 떠 있는 파도였을 뿐이었다.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