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건물주 맞아요

퇴사일기 9. 보이는 것의 이면

by Leea


대표는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진취적이고 추진력이 강했다.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쳤고, 남들이 안된다고 해도, 아니 안된다고 할수록 '왜 안돼?' 하며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태도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여자'라는 것이 그 태도에 대한 평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그녀의 자신만만함에 매료되었고 그럴수록 그녀는 세상에 본인이 못할 일은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10억이 돈인가요? 우리는 백억 단위라서..."


회사의 매출은 이제 막 1억을 넘긴 상태였는데 백억?

정말 돈이 많으신 분인가 보다 생각했다. 이 회사는 크게 성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회사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회사 건물의 소유주를 궁금해했다. 대표님 건물이신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네, 제 건물입니다. 건물 이거 하나도 못 가지면 뭐 사업 접어야죠."


대표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에 걸맞은 꿈의 크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약속이었다. 10-20분 늦는 것은 예사였고, 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대표를 기다리는데 익숙해져 갔다. 상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수록 시간관념은 유연해졌다. 업체 사장님 등 본인이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과의 미팅은 30분에서 1시간은 기본으로 지연됐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온 본사의 마케팅 부장과의 미팅이 약속되어 있던 날.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온 분들인데 설마 늦진 않겠지' 생각했지만 약속시간에 그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10분이 지나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연락해 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1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간이 돈인데,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 돈 약속을 지키겠어?"


남자친구는 말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 다 하나씩은 부족하지 뭐. 나도 그런 걸? 자기도 그렇잖아."


"그래도 사회생활 하는 사람이 약속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문제야. 그것도 심각한 문제!"


그때는 그의 말을 흘려들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것은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큰돈이 매달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회계 담당자에게 물었다.


"대표님 개인 대출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이런 말씀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회사 건물에 대한 대출이 00억입니다. 그 대출에 대한 이자예요."


그 말을 듣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자기 건물이 아니었네, 이게 말로만 듣던 은행 건물?'


하지만 모두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산다고 했다. 대출 없이 건물을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같은 말도 들었다. 다른 사업에 대한 회계장부나 사업비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크게 문제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출이 낮은 달에는 매출의 반 이상이 그 이자였다. 그런 달에는 나를 포함한 직원들의 급여가 늦어지고 있었다. 은행은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만 하면 가장 먼저 빼갔고, 매일매일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안나갈 수 없으니, 인건비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실행으로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 그 방법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 몇 달이 지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신사업으로의 확장을 할 수 있었고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도 높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날,


"이사님 급여가 너무 밀려서... 괜찮으세요?"


회계 담당자가 말을 잇기 어려워하며 말했다.


"제 급여가 아직도 밀리고 있나요? 매출이 높아진 걸로 아는데요?"


회계장부에는 매출이 높아져 있었지만 매달 잔액은 0으로 찍혀있었다.


"대표님께서 매달 본인 계좌로 모든 잔액을 보내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이제 모든 직원의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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