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乳齒)

사랑도, 이별도

by 김예지

어릴 때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치과를 가거나 할머니가 우리의 이마를 탁! 치시면서 뽑아주셨다. 난 어릴 때부터 타인으로 인해 이가 뽑히는 게 너무 싫었는데 조금 흔들린다 해서 바로 뽑는 게 너무너무 아팠다. 피도 많이 났고 갑작스럽게 겪어야 하는 고통이 싫은 거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터득한 방법 하나가 있는데,

조금 흔들리기 시작하면 혀 끝으로 흔들리는 이를 조금씩 더 일부러 건드렸다. 물론 피도 조금씩 났고, 아팠다. 붓기도 하고, 빠지기 전까진.

근데 그러다 보면 한 날 아무렇지 않게 쏙 빠지더라고 피 한 방울 안 나고. 빠지기 전까지 피를 조금씩 흘려놓으니까 결국 빠질 땐 하나도 안 아프고 알아서 빠졌다. 오히려 개운했달까


친구가 얼마 전 이별했는데, 딱 그렇게 말하더라

“헤어졌는데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다? 오히려 웃으면서 담담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했어.. “

“하도 마지막까지 힘들 거 다 힘들고, 울고.. 감정을 다 써버린 거 같아 “


어쩌면 사랑도 같겠다. 흔들리기 시작하면 불편하고, 아프고. 그렇다 해서 조금 흔들리는 걸 냅다 뽑아버리자니 더 크게 아플까 봐 두렵고.

사랑도 그리고 이별도 감정을 쏟을 수 있어야겠다. 때론 내가 쏟은 감정으로 인해 아플 수 있겠지만은, 그렇게 감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피 한 방울 안 나고 뽑힌 유치처럼 오히려 끝엔 개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