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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Jan 20. 2020

앗, 김 과장님 이건 너무 작잖아요!

나의 필요를 정확히 알아야만 가능한 영역, 심플함

시작에 앞서 요, 요 귀여운 섬네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생활공작소에는 일러스트 디자이너가 있다. 생활공작소(이하 생공)에서 사용하는 모든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콘텐츠 시작에 앞서 “가방 열고 다니는 뒷모습이요” 하는 한마디에 이렇게 덜 떨어지고 귀여운 이미지를 받았다. 마치, 함께 덜 떨어지고 귀여워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렇게 귀여운 썸네일과 시작하는 속 보이는 생공인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컨텐츠세일즈사업부에서 근무하는 김소영 과장이다. 덜 떨어진 썸네일 때문에 덜 떨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무려 과장이니까!

컨텐츠세일즈사업부 김소영 과장


아직도 나는 회사가 낯설고 어렵지만 지금보다 좀 더 낯설고 어려운 시기에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딱 한 번이었는데 그걸 이유삼아 뻔뻔하게 요청했더니 쿨- 하게 속을 훤히 보여줬다. 김소영 과장은 세일즈팀이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중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영업이 프로세스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른 팀과의 협업을 할 때 중간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기도 한다. 자세한 건 영업 비밀. 



다행히 얼마 전에 가방 정리했어요


다행히 웃으며 얼마 전에 가방 속을 정리했다는 그녀. 웃으며 가져온 가방을 보고 흠칫했다. 저 작은 가방을 가지고 뭘 정리한 걸까. 저렇게 작은 가방을 정리하면 나올 콘텐츠가 있을까 싶었다. 그야말로 “simple is the... simple!”. 



의도한 거 아니에요. 진짜로 들고 다녀요


가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 둘 꺼내는데 의도한 듯 생활공작소의 손 소독제가 들어있었다. 이 손 소독제는 뭐죠? 혹시 일부러 넣은 건가요?라고 묻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치며 진짜로 들고 다닌다고 했다. 


"아, 이거는 진짜 진심으로 제가 정말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밖에 나가면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비누 없는 곳이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술술-. 준비한 것 같은 대답인데... 하지만 내 가방 속에도 손 소독제와 비데 물티슈가 있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이번엔 가장 아끼는 물건은 뭐냐고 물어봤다. 역시 생활공작소 손 소독제요!라고 답할 것 같지만 가장 아끼는 물건은 김소영 과장이 최애하는 아이돌 그룹의 굿즈, 에어 팟 케이스를 선택했다.

이것은 꽤 꽤 폼나지 포 포 폼나지


김소영 과장의 가방을 털어보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물건은 재활용 종이로 만든 명함케이스였다. 화려한 지갑, 비비드 한 컬러의 가방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친환경스러운 명함케이스라니.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에 돌돌돌 말아 감아 사용하는 점이 아날로그스러워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구매처를 물어보았더니 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가 준거란다. 매번 돌돌돌 감고, 돌돌돌 풀어야 하는 게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들고 다니면 꽤 관심을 받는 아이템이라고.



그런데... 이거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요?


김소영 과장은 자신의 소박한 물건이 걱정됐는지, 이거 정말 콘텐츠로 나올 수 있을까요를 서너 번 물었다. 대신 걱정해주는 마음이 고마워, 당당하게 하기 나름이에요-라고 했지만, 덩달아 불안해진 심정에 뭐 좀 없어요?라고 묻고 말았다. 


"아, 지갑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돈이 잘 들어온데요. 이번해는 돈 좀 들어오라고 새해맞이 구매해봤습니다."






뭔가를 더 넣고 다녀야 할 때가 아니면 가방을 바꿀 일이 거의 없다는 김소영 과장. 늘 가지고 다니는 것만 가지고 다니고, 짐이 이 이상으로 늘어날 일도 잘 없다고 한다. 가방을 고를 때도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먼저 따져 고르고, 막 메고 다니기 좋은 크로스백에 짐의 양을 고려하여 사이즈도 딱 맞게 정한다. 


이렇게까지 들으니 김소영 과장의 성격이 엿보인다. 작은 가방에 딱 필요한 것만 넣어 다니는 심플함. 단순해 보이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심플함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자신의 필요를 정확히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녀는 자신의 필요를 알고 딱 그만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럼 사람을 보통 자신의 정도를 이해한 사람이라고 이해한다. 


이것도 줄여보고, 저것도 줄여보지만 결국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것들이 쌓여가는 공간이 가방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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