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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Jan 14. 2020

남의 속을 본다는 것에 대하여

속 보이는 생공인, 왜 갑자기 속을 보여준다는 거죠?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이토록 진부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있을까. 나를 말하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나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에잇. 내가 아는 나를 말하자니 어떤 부분은 간지럽고, 어떤 부분은 이걸 내가 어떻게 말해! 하며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려운 질문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첫 직장 면접 때를 떠올려보시라.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한 마디에 답을 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던가. 


누군가 컨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을 한쪽 어깨에 메고 다니면 그의 소박함을 상상하게 되고, 시간의 흔적이 묻은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이를 보면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멋스러운 마음을 느낀다. 요즘은 가방 없이 다니는 사람도 많다지만, 가방은 그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 취향을 들려준다고 믿는다. 


우선 내 가방을 열어 나를 알아보자. OMG. 지금까지 블랙홀을 가지고 다닌 걸까. 화장에는 별반 관심이 없으면서도 립스틱을 꼬박 챙기고 다니는 것은 피곤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곧 잘 들어서이고, 가방 속에 언제 받은지 알 수 없는 영수증과 오래된 와인 코르크가 굴러다니는 이유는 깔끔하지 못한 성격 탓이다. 또 종이책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전자책보단 종이책을 읽겠다는 고집이고, 그럼에도 이북 리더기를 챙겨 다니는 것은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 때문이다.


이렇듯, 조금 부끄럽지만 가방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나는 그것도 모른 체 가방을 안고 다닌다. 가방은 액세서리에 불과하지만 실은,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 엄청난 데이터를 안고 있는 가방을 뒤져보고, 공개한다는 것일까.  


생활공작소는 서른 명 남짓의 사람들이 일하는,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크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회사다. 오고 가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천천히 바뀌는 층수만 빤히 바라보는 남다를 것 없는 곳. 아직은 조금 부끄럽고 어색한 관계도 있는, 보통의 사회 같은 회사랄까. 그런데 이 보통의 사회같은 회사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는게 문제다. 인터넷에 '생활공작소'를 검색해보면 제품과 SNS용의 짧은 글이 전부이니 이 사태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 일종의 어필 되시겠다.


타인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면서도 결코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공간, 너무 개인적인 휴대 공간이라 보고 싶은 욕구 조차 들지 않았던, 그 금단의 공간을 콘텐츠를 핑계 삼아 열어보려 한다. 이토록 좋은 핑계로 누군가의 속을 빤-히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보는 모두 함께 즐겼으면 한다. 이렇게 남의 회사원 속을 빤-히 볼 수 있는 기회는 유일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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