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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Feb 14. 2020

발로 뛰는 영업 MD가 꼭 챙겨다니는 이것!

모든 것에는 저마다 리듬이 있다.(feat. 생공인이 손을 흔드는 이유)

처음 생활공작소에 입사했을 때, 참 독특하다 싶던 게 있었다. 생활공작소 직원들(이하 생공인)의 손버릇. 손버릇이라니까 이상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왼손 혹은 오른손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살짝 접고 위아래로 손을 흔들면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멀리서 언뜻 보면 이 연사- 외칩니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한 수전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거의) 모두 말을 하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손버릇의 근원지를 알게 됐다. 생공인 몇몇이 모인 술자리였는데, 한 명이 유독, 정말 유독! 쉼 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거다. 바로 컨텐츠세일즈사업부의 이혜인 MD. (보통 리 주임이라고 부르니 우리도 그렇게 부르자!) 특이한 버릇이다 싶어 몇 번 따라 했는데 결국 옮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처럼 손을 흔들며 물었다. 리 주임님-. 혹시 가방 들고 다니나요?

컨텐츠세일즈사업부 리 주임
어떻게, 저 허세녀 스타일로 가도 되나요?


속 보이는 생공인 섭외 요청을 하자마자 그녀가 한 말이다. 뭐, 상관없다 싶어 그러세요- 했더니 가지고 있는 가방 중에 가장 비싼 가방을 안고 왔다. 아, 잠깐만. 이건 가방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가방 속을 소개하는 건데… 그래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그녀를 위해 말을 아꼈다. 용돈 타 쓰는 대학생 시절 구매한 상당 고가의 가방이었다.


“이 가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웃음) 사실, 그때는 허세가 좀 있었어요. 비싼 거, 좋은 거, 예쁜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가방을 구매했는데… 대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백 팩 사용이 불가피하게 된 거죠. 공부량이 허세를 이겼어요(웃음). 그래서 그때 메고 다닌 백 팩은 낡아서 진작에 버렸고, 이 가방은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유행이 지나서… 웃고 있지만 슬픈 이야기죠”


보부상이요? 제 이야기인가요


막 집어던질 수 있고, 막 쑤셔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좋아한다는 리 주임. 잠시 리 주임의 가방을 들었더니 어씨-.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스스로를 보부상이라 부르는 그녀에게 하나하나 물어보자 물건 저마다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생공 임원진이 독일 출장 후 사다 준 핸드크림, 카드 두 장이 든 지갑, 대만 여행 때 사온 토토로 파우치와 초콜릿, 없어선 안될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 인생의 동반자 에어팟… 듣다 보니 보부상이 아니라 TMI다.



눈에 띄는 건 생공 물품. 생공인답게 생활공작소 다이어리, 생활공작소 파우치, 비데 물티슈, 마스크 케이스…. 의식해서 들고 왔냐 묻자 단번에 진실을 고한다. 


“네, 마스크 케이스는 홍보 좀 해보려고 일부러 넣었습니다.”


가만 보니 그녀는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개방적이다(개방적이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말하지 못한다). 거짓 없이 단 번에 진실을 고하는 태도는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유튜브를 시켰어야 했는데! 그런데 이런 리 주임도 처음엔 낯가림이 심해 오해를 많이 샀다고. 어떻게 극복했냐 물어보자 직원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열창했단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네. 사실 저는 업무 중심의 발로 뛰는 FM MD….


리 주임에게 생활공작소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냐 묻자 컨텐츠세일즈사업부에서 업무 중심의 FM 영업 MD에요-.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뭐지, 내가 모른다고 막 이야기하는 건가 싶었는데 가방 속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이어리 속 빼곡히 적힌 업무 내용과 매일 기록하는 업무 일과를 보며 어느 정도는 수긍했다. 

“이건 MD의 생명, 생공 다이어리! 데일리 업무 형식이라 편해요. 이 펜은 지난번 *문화데이 때 대림미술관에서 구매한 거고요. 정말 제가 꼭꼭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생공 파우치랑 비데 물티슈! 생활공작소에 있으면서 물건은 모두 생공 걸로 바꿨죠.”


*문화데이 : 한 달에 한 번 팀을 나눠 스포츠나 전시회 관람, 체험 등을 하는 생활공작소 복지

이제 와서 말하지만, 이 가방 잘 안 들고 다녀요


인터뷰가 끝날 때쯤 리 주임은 결국 고백했다. 사실은 낡은 에코백을 가장 많이 들고 다닌다고. 손을 넣어 뒤섞어야 찾을 수 있는 에코백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니 새삼 귀엽다. 비싼 가방을 에코백처럼 들고 다닌다 해도 알게 뭐람. 그리고 이 컨텐츠는 가방 속을 공개하는 컨텐츠라니까.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가방 속보다도 리 주임을 더 알게 됐으니. 




막 넣을 수 있는 큰 가방과 그 속에 들어있는 크고 작은 물건들, 그 빈틈을 탄 혼란의 공간은 가방 주인의 걸음과 만나 불가피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점에서 리 주임은 손끝부터 발끝까지 리듬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허세를 벗어나 쏘과장처럼 필요한 만큼을 알고 싶다는 리 주임. 수학적 답처럼 단번에 답을 얻긴 힘들겠지만 생공인에게 리듬을 만들어 준 것처럼, 필요를 떠나 자신만의 독보적인 리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리듬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 꽃 길만 걸어요 리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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