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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Oct 30. 2020

요즘 우리가 읽는 것, 읽는 게 제일 쉬웠어요.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했나.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했나. 여러분은 속고 있는 거다. 파랗고 투명한 하늘, 코끝을 스치는 적당히 차가운 바람, 길가에 흔들리는 이름 모를 꽃과 한가로이 볕을 쬐는 고양이들. 이 완벽한 순간에 '아, 지금이다! 지금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사실은 조금 추워진 날씨에 코를 훌쩍이는 딱 요즘 날씨야 말로 독서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적당히 두꺼운 담요를 덮고, 파란 하늘을 보며 책 한 권 뚝딱 해버리면 어떨까?


아, 그런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다. 제목을 보며 내용을 예측해야 하고, 우연히 펼친 책장의 내용에 모든 감각을 쏟아야 하니까. 그래서! 이번엔 생공인들이 읽어본 인생 책을 엿봤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한 번 살펴보시길. 



이렇게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읽는 책이란, 좌측 작은 책은 이병률 시인의 '끌림'


같은 장소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이 읽지 않을 것.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이런 규칙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했을지도 모른다. 마케팅 팀 정상배 과장이 책을 대하는 약속이자 읽는 방법이라고.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는 그는 책을 읽든 안 읽든 늘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데, 이번엔 작고 귀여운 포켓북을 친구가 빌려 줬단다. 포켓북은 ‘바람이 분다. 그대가 좋다’라는 산문으로도 유명한 이병률 시인의 ‘끌림’.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기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 정 과장은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이 책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고. 특히, 아무 페이지나 내키는 대로 열었다가 제목이 쿵 하고 다가올 때는 책 읽는 재미가 훨씬 크다 하니 간결한 문장으로 심쿵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



형광 바지락을 먹고 하찮은 초능력이 생겼다. 이 문장이 흥미롭다면 여기를 주목하자. 묙사원이라 불리는 이미옥 사원이 추천하는 "재인, 재욱, 재훈". 최근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정세랑 작가의 작품인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하찮은 초능력으로 주변을 구하는 이야기! 세상에, 벌써 흥미롭다. 얼마나 하찮냐면 손톱이 단단해지는 능력과 엘리베이터를 조절할 수 있는 정도? 두껍지 않고, 가벼우며, 재미있는 스토리라 책 읽는 습관을 어디 한번 들여봐?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책이다. 완독이라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책 제목에서부터 운명임을 직감하는 책이 있다. 영업팀 정수연 사원에게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그랬다고. “제가 떡볶이를 엄청 좋아해서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당시 베스트셀러로 잠깐 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그 자리에서 절반은 읽었어요.” 그녀는 재미로 읽기보단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힘들 때 책을 찾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잘 만난 책이었다. 당시 수연 사원은 막연한 미래가 불안했고, 우울했단다. 정신과 의사와 대담 형식의 책은 공감도 되고, 위로될 수밖에 없었다고. 우울한 감정도 감기와 같아서 조금만 관리하지 않으도 쉽게 찾아온다. 그때마다 감기약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우울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면 한 번쯤 읽어보자. 만나본 적 없는 좋은 감기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릴 적 그녀가 읽은 어린 왕자. 헌책방에서 보고 당장 구매했다고. 


생활공작소 라이브 방송을 본 적 있다면 정기은 대리를 알 테지. 생활공작소의 셀럽! 쇼호스트 저리 가라 할 만큼 야무진 그녀의 인생책은 어린 왕자다. 그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가 있는 그 책! 아주 어릴 적에 읽고 성인이 된 후 다시 읽은 그녀는 어린왕자를 두고 볼 때마다 새로운 책이라고 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업가, 왕, 버섯, 술꾼 등의 이야기는 세계를 확장해 그녀의 가치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때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하는 마법 같은 책으로 고백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찾고 있는데, 최근에는 여우와 장미 이야기에서 생각이 많아진다고.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것과 거기에 따라오는 책임이 새삼 선명하게 다가와 나이 먹는 걸 실감한단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있나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자. 




책을 고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용을 알고 고르는 방법이고, 또 다른 방법은 내용을 모르고 고르는 방법. 영업팀의 강민서 대리는 파스칼레네의 레이스를 뜨는 여자를 두 번째 방법으로 택했다.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 나온 '뽐므'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진 여자 주인공 때문! 불어로 사과라는 뜻인데, 얼마나 귀여운 이야기일까 싶어 펼쳐본 내용은… 한 여자와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처럼 보였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통의 부재 또는 불능을 잔혹하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이 작품이라고. 쉽게 읽히지만 문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이 우아하게 얽힌 이 작품은 콩쿠르 수상작이자 영화 [레이스 짜는 여자]의 원작이니 교양 넘치는 프랑스 소설이 읽고 싶다면 읽어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런 순간을 위해 쓰인 책이 있다면 바로 류현지 사원이 추천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아닐까. 양치기 소년이 피라미드에 보물이 있는 꿈을 연속적으로 꾸면서 보물을 찾기로 결심한다. 여정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탄하지 않지만 기특하게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간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양치기 소년은 피라미드의 보물을, 나는 나의 보물을 찾게 된다. 장면, 장면마다 명대사가 쏟아지고 잠시 멈춰 서서 내 보물의 행방을 살펴보게 되는데... 여정의 끝에 양치기 소년은 과연 보물을 찾았을까? 양치기 소년과 함께 떠난 여정에 내 보물은 무엇일까? 알고 싶다면 추천, 또 추천!



어릴 적 추억을 따라 어른이가 된 그녀, 그녀의 덕질 장소

책과의 인연은 진작에 끊었을 것 같은 (내 옆자리) 마케팅팀 장지연 대리에게도 인생책은 있었다. 바로 우리를 날아다니는 빗자루 위로 이끈 해리포터.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해리포터를 읽고 싶었지만 한글판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생애 최초로 내 돈 내산 한 영문판 책으로 회상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문판을 구매했고 영어는커녕, 무려 전자사전도 없던 때라 단어, 단어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었다고. 그 때문에 한 페이지 읽는데만 꼬박 몇 시간이 걸렸지만 영어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단다. 무엇보다 머글,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같은 영어가 아닌 단어까지 사전 검색한 귀여운(?) 추억까지 겸비한 이 책은 고생하며 읽어서인지 영문판으로 읽은 4권 까지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다만 이후 한글판으로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건 비밀. 영어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싶다면, 내가 읽은 소설을 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해리포터 영문판을 추천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네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다.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우아한 인간이 되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골라보자.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덮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제 제법 도톰한 담요와 따뜻한 차를 가지고 파란 하늘 아래로 나가 얇은 책장을 한번 넘겨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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