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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Feb 26. 2021

덕질과 컬렉터 사이 - 어쩐지 모으고 싶더라니

컬렉터의 길은 멀고 험하다? 우리는 그냥 덕질이 하고 싶었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머글들에겐 쓸데없는 짓이라고 불리는 덕질. 그래, 머글은 아무것도 모른다. 자고로 덕질이란 열정만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 덕질은 사랑이 필요하다. 본디 사랑이라 함은 시간과 마음, 돈을 쓰는 것이니까. 


덕질이라 해서 사람만 쫓아다닌다 생각하는 오해는 금물. 오늘 덕질의 주제는 내가 사랑하는 물건들- 정도가 되겠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 모으는 이유는 내심 스스로가 추구하는 어떤 이미지 때문이라는데... 거기까진 모르겠고 오늘은 생공인(생활공작소 동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덕질과 컬렉터 사이- 어쩐지 모으고 싶더라니! 






내가 말한 적이 있던가. 우리 회사에는 포토그래퍼가 있다는 것을. 그냥 잘 찍어서 포토그래퍼가 아니라 내부에 사진작가가 있다. 바로 콘텐츠 팀이경연 대리. 그녀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을 때, 집들이에서 본 수많은 카메라는 컬렉터 콘텐츠로 날 이끌었다. 


과장을 조금, 조금 많이 보태서 그녀는 인생의 절반을 카메라 수집에 썼다고 해도 농담은 아니다. 그녀가 10대 때부터 모았고... 지금은 30대니까(에헴). 이래 저래 모아 현재 가지고 있는 필름 카메라만 30개가 조금 넘는다.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올림푸스 팬 카메라부터 필름을 직접 현상해야 했던 대형 필름 카메라, 시간도 직접 맞춰야 하는 수동식 대형 폴라로이드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는 충무로나 남대문의 중고 카메라 전문 상점에서 구매한다고 하니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있다면 이경연 대리에게 물어보자. 풍문이지만 그녀는 모여 있는 카메라를 보면서 "우주 최강 포토그래퍼 나야 나..★"라는 생각을 종종, 왕왕한다고(소근).


저는 덕질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소해서 부끄럽네요 -성기현 대리의 말-


콘텐츠 팀 성기현 대리님- 이번 콘텐츠 컬렉터로 선정되셨습니다-라고 메신저를 보냈다. 그러자 그는 저는 컬렉터라고 하기 부끄럽네요. 하며 돌아가던 컴퓨터가 멈출 정도의 대용량 압축파일을 내게 건넸다. 


원래는 CD컬렉터였던 그는 그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멘탈이 나가 있을 때, 지인의 레코드 소개를 통해 그 세계에 입문했다고. 특히 그는 흑인음악의 매력에 매료됐는데 7~80년대 소울, 펑크 재즈는 음원 사이트에서 찾기가 어려워 레코드에 더욱 의존하게 됐단다. 


그 희소성에 매료된 건가 싶었지만 또 다른 매력도 있었다. 레코드 판은 CD와 달리 들으면 들을수록 닳아서 청음이 불가한 것. 미리 들어볼 수 없기에 레코드 판 위에 바늘을 올리기 전까지 굉장히 떨린다고. 그렇다면 성공적인 레코드 구매를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전에 어떤 프로듀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앨범 표지에 흑인이 여럿 나와 있다면 그 앨범은 들어볼 만하다. 그런데 표지의 흑인이 자신 있게 웃고 있다면 그 앨범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흑인 여러 명이 웃고 있는 레코드를 삽니다.” 자, 혹시 흑인음악에, 게다가 레코드까지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성기현 대리의 팁을 기억해 두자.



요즘 친환경에서 필환경의 시대가 되면서 자신의 덕질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케팅팀의 막내 박슬기 사원. 그녀는 대학생 시절, 작은 물결이 큰 파도를 만든다는 환경 운동 슬로건에 빠져 텀블러를 구입하다 모으게 됐다고. 물론, 그 슬로건의 힘만은 아니었다. 보면 볼수록 다양한 텀블러의 세계는 파고들수록 넓은 세계를 자랑했다.


그 매력에 빠졌을 땐 … 늦어도 많이 늦었다. 디자인이 예쁘면 구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 상태였다. 썸머/크리스마스 시즌엔 운명처럼 구매했다고. 어느 날 방 한구석에 모인 텀블러를 보며 한숨과 동시에 증손녀쯤 시대로 가면 더 높은 가치에 팔리지 않을까 재테크도 생각했지만,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그러다 어느 날 텀블러로 환경운동을 하려면 1,000회는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봤단다. 텀블러 사랑은 그렇게 브레이크가 걸렸고 요즘은 텀블러를 보며 평생 텀블러를 살 일은 없겠다며 뿌듯(?)해하고 있다. 



덕질의 매력 중 하나는 나를 알아가는 데 있다. 콘텐츠 팀김희수 주임처럼. 별생각 없이 사던 것들이 모여 '어, 나 배지 좋아했네...' 고백하다, ‘뭐야, 나 귀여운 거 좋아했네'를 연발하는 것. 이게 바로 덕질의 매력이지. 토이스토리를 좋아해 구매한 버즈 배지가 그 시작이었단다. 


그녀가 말하길 그녀는 패션에 대한 진심이 배지로 이어진 거 같단다. " 무난하고 일상적인 룩에 키치한 양말이나 아주 귀여운 배지로 포인트 주는 것을 좋아해요. 외출 준비를 하면서 배지를 매치하는 것이 저의 소소한 즐거움이에요." 매일 달고 다니진 않지만 특별히 기분이 좋은 날엔 꼭 착용한다고. 어느 날 김희수 주임이 배지를 달고 왔다면 그날은 참아왔던 부장님 개그를 뱉어보자. 그날은 그녀가 어떤 드립이라도 다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기분 좋은 날일 테니. 그러니 누군가 내 하찮은 농담에 웃어줬음 한다면 배지 단 희수 주임을 찾아보도록 하자.



덕질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오... 귀여워. 가져야겠군!”같은 평범한 마음. 콘텐츠 세일즈팀류현지 사원은 마이크 와조스키를 모은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에서 외눈박이 몬스터, 걔.


거기 나오는 몬스터만 해도 몇인데 제법 많겠다 싶었는데 그녀는 단호하게도 마이크 와조스키만 모은다. 것도 반드시 영화 속 캐릭터 그대로 나온 것만. 그러니까 어설프게 혹은 마음대로 변형된 캐릭터에는 관심이 없는 찐 컬렉터다. 처음엔 하나만, 하나면 충분하지 했던 그녀는 모을수록 귀엽다, 너무 귀엽다, 더 갖고 싶다, 더 사고 싶다를 외치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실감한다고. RGRG... 그 맘 잘 RG..


그중 가장 특별한 아이템은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구매한 마이크 와조스키 가방 네임택이라고. 홍콩까지 날아가 구한 녀석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이름을 각인할 수 있어서 세상 특별하단다. 역시 성덕이라면 내 이름 하나 각인된 아이템은 필수지. 

 


그 누구도, 편하게 여행 갈 수 없는 이 시절에 더욱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안겨주는 컬렉션이 있다. 바로 냉장고 자석이라 불리는 시티 마그넷. 나 여행 좀 다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없을 수 없는 이 녀석은 마케팅 팀 이선민 차장의 덕질 대상이다. (그녀는 인생 여행지로 페루를 꼽았다. 궁금하다면 여기!)


특히 여행 중 기념품으로서의 마그넷은 특별함이 있다. 바로 여행의 자유로움을 배가 시켜주는 것. 즐거운 여행의 필수 조건은 바로 가벼운 배낭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그넷만큼 좋은 기념품은 없다. 여행 다니는 도시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고, 부피도 작아 들고 다니기에 부담도 없으니까.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제법 많은 여행을 다녔음에도 마그넷을 보며 얼마 안 다녔네? 더 많이, 더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이 역시도 작은 마그넷의 특별함이다. 그 넓은 땅을 작은 공간에 모아 더 큰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 마그넷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 있는 사람은 알 테지. 사진이나 그림과는 다른 여행의 질감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여행병에 걸려있다면 오늘은 집에 가서 가만히 마그넷을 들여다보자. 제법 기억력이 좋다면 마그넷을 사러 들어간 그 상점의 냄새, 온도 같은 것까지 생생히 그려질 테니. 




덕질에도 종류가 있다. 사고 나서 뿌듯한 마음에 온 동네방네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 이걸 또 샀네. 다 신지도 못할 텐데. 어디 숨기지.. 원래 있던 것처럼 해야 하는데…'처럼 걱정부터 하는 사람. 바로 제품 기획 이정수 과장이다.

  

"원래 신발을 좋아했어요. 서른 즈음, 학창 시절에 신던 조던 시리즈를 접하면서 수집욕을 불태웠어요. 레트로 모델인 1탄부터 13탄까지 넘버링된 조던 시리즈는 그 시절 추억들이 생각나서 좋더라고요. 인기 있는 모델들은 미국 이베이를 통해서 모두 다 구매했어요."


여윳돈이나 용돈을 신발을 구매하는데 탕진한 그는 사기를 당한 추억(?)도 있다. “원하는 신발을 블로거 대리구매를 통해 겨우 구했는데 티도 거의 안나는 '짝퉁'이었어요. 심지어 해당 브랜드에 문의를 해도 가짜 제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정식 루트를 통해 진짜 제품을 구매해 진품, 가품에 대한 ppt를 만들었어요.” 그 열정으로 가품 확인서를 받아내 경찰에 신고까지 완료했지만 가품을 판매한 판매자가 해외 거주자라 입국 시 조치하겠다는 말만 듣고 마무리가 됐단다. 돈도 돈이지만 노력과 고생을 아무런 보상 없이 날려 몇 날 며칠 화가 치밀었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식, 잘 먹고 잘살고 있나?



생활공작소에서 컬렉터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콘텐츠 팀하의정 사원. 그녀는 치약을 모으기도 했었고, 운동화를 모으기도 했다. 디즈니 비디오도 한가득이라고. 사실 그녀의 컬렉션 이야기만 해도 한 콘텐츠가 나오겠지만 이번엔 저 제법 티켓 좀 모아요 하는 티켓 컬렉터로 나섰다. 왜, 다들 한 번씩 모아봤잖아.


“어릴 때 가족과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잦았어요. 영화관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어느 날 티켓을 보니 그날,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좋더라고요. 그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기 위해서 모으게 됐어요.”


티켓을 모으면서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고.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잉크가 지워지고, 빛바랜 티켓은 그저 종이 쪼가리로 보일 때가 있었단다. 모을수록 어디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 힘겨웠단다. “엄마가 버리라고 하는데도 추억을 버리는 기분이라 차마...” 요즘은 그래도 모바일 발권으로 변경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종이로 발권하지 않아 한결 가벼운 컬렉터가 됐다고!




생공인들의 덕질을 보며 덕질이란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장소를, 어떤 추억을, 어떤 마음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떠올리게 되니까.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덕질의 시작이 되니까. 어제 내가 사랑한 무엇이 오늘 하루를 버틸 힘과 마음이 된다는 점에서 덕질은 얼마나 유익한지.


눈을 뜬 어느 날 아침, 내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갈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면 그날은 덕질을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이다. 꼭 사거나 모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놓고 이미 모여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언젠가 컬렉터가 된 나 자신의 시작이자 지친 하루하루를 버틴 힘과 마음이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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