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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May 26. 2020

신혼여행지부터 비 내리는 사막까지! 인생 여행지 대공개

생공인들의 인생 여행지, 랜선으로 함께 떠나 boza.

쓸데없는 걱정을 잘하는 편이다. 문득,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법, 숙소를 예약하는 방법을 까먹으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다. 밖순이가 집을 사랑하게 된 지 어언 넉 달째. 잠이 찾아들지 않는 밤이면 어김없이 사진첩을 뒤적거리다 SNS 해시태그 여행을 시작한다. 


그 누군가는 떠나지 못한 스트레스를 달고나 크림 4000번을 휘젓는 것으로 풀었다지만 것도 한계가 있지. 소중한 연차를 써도 집 말고는 갈 곳이 없으니 이참에 생활공작소 직원들의 사진첩을 털었다. 가방도 털고 사진첩도 털고, 참 터는 것 좋아하는 생활공작소 에디터가 선택한 그들이 사랑한 인생 여행지. 다들 어디, 랜선 세계 여행 준비되셨나?



신들의 섬, 발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부탁하면 싫다 하면서도 뭐든 다 해주는, 내가 참 좋아하는 권진아 대리. 그녀는 인생 여행지로 신들의 섬, 발리를 꼽았다. 신혼여행으로 발리에 갔다는 그녀는 그곳을 그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사람들도 친절했지만 무엇보다 잊히지 않는 건 노을 지는 바다였어요. 매일 저녁, 바닷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노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죠." 노을이 주는 안락함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결혼 3주년이 되면 꼭 다시 가볼 계획이라고.


페루, 마추픽추. 아, 여긴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잃어버린 도시 등 별명도 참 많은 페루의 마추픽추는 차장님~ 하고 부르면 부르지 마 하고 모니터 사이로 머리를 숨기는 이선민 차장이 추천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왕년에 여행 좀 다녀본 프로 여행러! 그녀는 인생 여행지로 페루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추천해줬는데, 사진을 본 다른 생공인이 옛날 싸이클럽 감성이라며 페루만 올리라더라. 마추픽추를 본 그녀는 정말로 외계인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그만큼 믿기지 않는 여행지라 인생에 꼭 한 번은 가봤으면 한단다. 


작품 같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사하라 사막


비 내리는 사막을 본 적이 있나, hoxy? 나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덥거나 추운 건 딱 질색이면서도 인생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모로코사하라 사막을 꼽는다. 어린 왕자가 떨어졌다는 그 사하라 사막. 운 좋게도 내가 간 날은 일 년에 한두 번 비가 내린다는 그 날이었다. 비 내리는 사막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태초에 땅이 생기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게다가 밤에는 거센 바람으로 먹구름이 떠난 하늘엔 별천지가 열리더라. 다시 혼자 모로코에 가라면 고민 고민하겠지만 사하라 사막만큼은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동물농장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인생 여행지에 유럽이 빠질 수 없지. 컨텐츠세일즈사업부의 손지원 사원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마을을 추천했다. 마을 이름은 Broek in waterland. 마을 가운데 강이 잔잔히 흐르고 양 옆으론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사실 이곳 사진을 요청했을 때 오리며, 말 사진만 잔뜩 보내주길래 동물 농장이라도 다녀온 줄 알았더니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단다. "서울에 살면서 자연과 가까이 지낼 기회가 없었는데,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워서 더 좋았어요. 마을이 작은 편이라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도 좋더라고요!" 아, 사진 속 오리는 백조란다. 오리와 백조를 아직 구분하지 못한다면 추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한 것은 셔츠뿐만이 아니다. 특히 유럽 여행을 할 때 인, 아웃 국가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 생활공작소에서 묙 사원이라 불리는 이미옥 사원은 유럽여행의 시작을 체코로 골랐고, 그곳은 인생 여행지가 됐다. 그녀는 체코를 혼자 다니기 좋을 정도의 아담한 나라로 기억한다고. 무엇보다 1일 1 뜨르들로로 빵 좋아하는 빵순이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줄 여행지이다.


*뜨르들로 : 체코의 명물로 긴 원통형 모양의 빵이다. 설탕, 시나몬이 뿌려져 있으며 가운데가 비어 있어 여러 가지 토핑을 넣어 먹기도 한다.



로컬 생활이야 말로 여행의 꽃이 아닌가.


여행지는 여행지 자체만으로도 좋은 기억을 남기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만든 추억이야말로 진짜 인생 여행지가 되기에 필요조건 아닌가.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를 가진 정기은 대리는 영국의 버밍험이 기억에 남는단다. 이유는 바로 친언니의 결혼식이 영국에서 열렸기 때문! 나는 해외에서 결혼식이라니. 오, 놀라워라! 했지만 정작 그녀는 온 가족이 함께 한 해외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는단다. 그래서인지 넘겨받은 사진 속엔 영국의 풍경보다 영국의 흔한 가정집의 모습이 잔뜩이더라.  


아, 사진이 화질 구지긴 하지만 그것은 절대 카메라 주인이 똥 손이어서가 아니다. 해리포터의 고향, 영국의 빈티지 st를 정확히 살리기 위한 그녀의 전략일 뿐. 


가람 디자이너가 좋아한다는 푸릇푸릇 여행지


전에 훔쳐보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가진 전가람 디자이너의 여행지는 바로 태국의 치앙마이. 이유를 물어보자 그녀는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린 이야기를 줄줄 내뱉더라. 외국인과 한국 술 게임을 한 이야기부터 지갑을 잃어버려 경찰서에 다녀오고, 비행기 시간을 착각해 하루 늦게 들어온 웃픈 추억들. 그러니까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잔뜩 만들고 온 그녀는 무작정 좋아서라기 보단 잊지 못해 인생 여행지란다. 신기하게도 건네받은 사진 속엔 자극적인 사건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평화와 여유로움만 있다. 이래서 기억이 무서운 법이지.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포지타노


오랜 외국 생활의 경력을 자랑하는 장 대리는 이탈리아의 포지타노를 꼽았다.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인간상 중 하나가 외국어를 잘하는 인간인데, 그녀는 한국어, 독일어, 영어까지 무려 3개 국어를 한단다. 그렇다면 여행은 안 봐도 뻔하지. 잔뜩 기대하며 포지타노 생활을 물어봤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 가이드와 한국 여행객, 한국어 투어를 하면 한국어가 더 늘죠." 아하... 뭐, 여행이란 게 꼭 외국인들과 추억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탁 트인 자연환경에 갖은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 기분이었다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하는 마카오의 어느 골목


여기는 마카오! 생활공작소에는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가 4로 시작하는 신인류가 있다. 바로 막내 이설이 사원! 이름도 예쁜 설이 사원은 생활공작소와 인연이 깊은 여행지인 마카오를 꼽았다. 얼마 전 인터뷰를 마친 이나현 사원이 사내 복지 중 가장 좋았다는 해외 연수지이기도 한 이곳은 설이 사원에게는 인생의 첫 해외여행이었다고. 날씨는 더웠지만 처음이 주는 그 설렘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단다. 뭐든 처음은 아찔하거나, 짜릿한 법이니까. 





이 글을 쓰면서 아차 싶었다. 떠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미꾸라지에 소금 친 것 마냥 더 팔딱거렸기에. 부디 이 글을 끝까지 읽어낸 여러분들은 비행기 표도 공짜. 숙소비용도 0원.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는 랜선 여행이 만족스러웠으면 한다. 혹여나 나 같은 이들이 또 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진첩을 뒤적이고 해시태그 여행을 하도록 하자.


슬리퍼를 끌고 숙소 앞 편의점에 들어가 낯선 언어가 적힌 과자와 맥주를 잔뜩 사들고 돌아오는 여행지의 밤이, 아침에 울릴 알람을 꺼두고 햇볕에 눈을 뜨는 여행지의 아침이, 그 자리에 가만히 모로 누워 오늘은 어디에 갈지 핸드폰을 만지는 여행의 일상이 그리워지는 건 우리 뿐만은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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