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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May 19. 2020

가방 털러 갔다가 상품개발팀이야기만 잔뜩 듣고 온 사정

작은 가방엔 든 게 없다...

작고 귀여운 생활공작소는 사내에서 스무 발자국쯤 걸으면 상품개발팀이 나온다. 그곳에서 마치 화려한 조명이 감싼 듯 꺄르륵, 꺄르륵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웃음의 주인공은 바로 상품개발팀의 이나현 사원. 그녀의 웃음이 이토록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만큼 그녀의 웃음을 보기 어렵기 때문.


매번 분주하니 바빠 보이는 그녀라 인터뷰 요청만 일주일을 고민하다 은근히 요청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민한 일주일이 무색하게 오케이~ 하더라. 그녀를 몰래 관찰해본 결과 생활공작소에서 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더라. 종일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일정을 조율하고 또 조율하고, 일정 조율이 끝나면 또다시 전화하고… 도대체 상품개발부서는 뭐 하는 곳이길래 전화가 저토록 많은 걸까. 가방을 턴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쎄.. 쎄.. 뭐라고요? 세련돼 보인다 고요?


근무한 지 1년 조금 넘은 그녀는 체인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센 캐릭터를 노린 거냐 물었더니, 세련돼 보이죠?라고 맞받아치는 그녀. 그러다 곧 "그런데, 어쩌시려고 제 가방을 터시는 거예요?" 하더라. 무슨 말인가 싶어 가방 속을 보는데 아... 납득해버렸다.  


특이한 디자인의 가방을 열어보니 특이한 디자인 말고는 볼 만한 내용물이 없었다. 내가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그녀는 지금이라도 좀 챙겨 올까요? 한다. 그녀가 메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가방은 나도 눈독 들이고 있던 터라 크기는 얼만한지, 얼마큼의 물건이 들어갈지는 직작에 알았다.  


"이 가방에 대해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샀어요(웃음). 제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특히 많이 받는 편인데, 이 부서는 그게 특징 같아요(웃음). 뜻밖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요. 그런 걸 대처해야 해요. 유연성과 대처능력이 많이 필요한데, 미흡하나 노력 중이에요(웃음)"


출근하면 퇴근하는 게 전부인 직장인의 가방에 뭐 그리 대단한 게 있을까. 가방 내용물이 없으니 쿨하게 그녀와  그녀의 부서에 대해 파헤쳐 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가방에 대해 이야기하다 부서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마무리 짓는 그녀의 대답이 구미를 당기지 않나? 



상품개발팀의 노하우가 든 '잘 찾아봐요. 다 있어요 창고'


상품개발팀이요? 뭐하는 팀이긴요~


상품개발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곁눈질로 몰래몰래 관찰해봤지만 분주하고 부산스러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직원들은 또 왜 이렇게 나현 사원을 많이 찾는지. 모르긴 몰라도 생활공작소에 이광민 사원만큼이나 많은 직원들이 찾는 사람은 바로 그녀 일거다. 


“상품개발팀은 당연히 상품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겠죠?(웃음) 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해요. 상품기획자가 상품을 기획하면 그 후에 절차와 과정에 맞게 시행하는 팀이에요. 상품이 출시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함께 해요. 출시 이후에는 재고 관리나 발주 업무도 하죠."


특히 나현 사원은 상품 출시 후 재고관리와 생산일정을 조율한다고. 그래서 제품이 다시 나오는 일정을 묻기 위해 직원들이 수시로 그녀를 찾은 거였다. 다른 부서원들은 직접 발로 뛰기도 하고 서류 중심의 업무를 보기도 한다는데... 혹시 이런 업무의 특성 때문에 힘든 점은 묻자 그녀는 웃으며 상무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아빠 친구 같은 상품 개발 부서 상무님 


"업무상 협업 대표님들과 통화할 일이 많아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분들은 경험이 많아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이니까요. 그에 비해 저는 모르는 게 많아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때 상무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상무님이 좀, 뭐랄까 아빠 친구 같다랄까? 권위적이지 않고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이제는 다른 대표님들도 상무님처럼 대해요(웃음)."


아빠 친구 같은 상무님과 함께라 다행이라는 그녀는 이어 공부할게 많은데 비해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입을 삐죽였다. "제품은 안전하면서 제품력도 떨어지지 않아야 하잖아요. 성분도 빠삭하게 알아야 하고, 각 성적서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해요. 공부할게 너무 많아요." 일을 하면 할수록 시간은 없고, 모르는 게 많다고 느끼는 나현 사원. 생활공작소에서 낙(樂)은 무엇인지 뭘까...?



꼭 다시 가고 싶다는 마카오 해외연수
해외연수, 생일 축하금, 빙고... 다 좋아요!


그녀는 원래 대학 행정조교였단다. 나이가 비슷한 20대와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기업을 찾게 됐다고. 다행히 생활공작소는 자신만의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이라 만족스러웠단다. 그렇다면, 그녀를 꺄르륵, 꺄르륵 웃게 할 만한 생활공작소만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 


"회사 연수로 마카오에 갔던 거요. 작년에. 3박 4일 동안 6~7명이 갔는데 주로 먹고, 놀고, 쇼핑하고 그랬던 기억나요(웃음).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니, 기억만으로도 웃음 짓게 할 수 있구나 싶더라. 갑자기 슬퍼지는 감정을 뒤로하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또 다른 즐거운 경험을 물었다.


"빙고! 업무 중에 가끔 빙고를 하잖아요. 스트레스받다가도 그런 소소한 이벤트가 있으니 좀 풀리더라고요. 또.. 생일! 소정의 축하금이요! 받으면 정말 기분 좋아요(꺄르륵)!"


그래. 생활공작소에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깜짝 이벤트가 있는데, 바로 빙고! 숫자 빙고인데, 가장 먼저 다섯 줄이 만들어지면 소소한 상금이 주어진다. 나는 한 번도 못 받았는데 나현 사원은 올해만 두 번을 받았다고. 소정의 생일 축하금은 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은 아니지만 또 맛있는 것을 실컷 사 먹고도 남는 강력한 기억을 선사하는 선물이기도 하지.  





마지막 소감을 묻자 "전에 김소영 과장 가방이 올라가고 가방 정보를 묻는 요청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제 가방 올라가면 난리 날 텐데 괜찮겠어요?" 하더라. 난 늘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라 뭐든 환영이라고. (DM환영, 댓글 더 환영)


생활공작소는 계속해서 제품을 만들어왔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제습제부터 시대의 스테디셀러, 손소독제와 핸드워시, 세상의 많은 여보도 사랑하는 주방세제 등! 이렇게 많은 제품이 세상에 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상품개발부서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제품의 처음을 단단히 다져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품도 없었겠지.


생활공작소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매일 스트레스받는데 괜찮겠어요? 했더니 매일 받는 것 치고는 꽤 잘 맞는 일이라 재미도 느낀다더라. 이런 게 멋짐이 폭발한다! 뭐, 이런 건가? 어제보다 오늘 더 꺄르륵하는 나현 사원의 회사 생활이 되길 바라며 그녀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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