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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May 07. 2020

들을 때마다 엄빠 생각에 눈물 나게 만들어버리는 노래

어느 날 저녁에 들으면 롬곡옾눞 주의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지. 회사 내에서도 엄격하게 선정된(!) DJ가 일의 정적 사이로 음악을 흘려내려 주는데, 쉼 없이 흐르는 음악이란 놀고먹기 위한 신성한 노동에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얼마 전 랜덤으로 돌려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구윤회의 MAMA가 흘렀다. 제목도 마마... 방금 전화로 싸운 엄마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렸고 다가오는 어버이날이 생각났다. 작년, 어버이날엔 평소에 잘해야지! 하는 다짐을 했건만...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부족한 효심을 채웠다. 아, 노래로 효심을 채울 수 있다니.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종일 노래를 듣는 생공인을 대상으로 효심 노래를 선별해보았다. 어버이날을 앞둔 오늘, 아직 효심이 부족하다면 노래로 채워보자.

 



| 싸이 - 아버지 (2005)

https://www.youtube.com/watch?v=xJXCkV2JUQw

개인적으로 싸이의 명곡은 강남스타일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10년도 전에 나온 노래지만, 이 글을 작성하며 듣다 사무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 건 안 비밀. 상품개발사업부에서 과묵하기로 유명한 이대호 주임도 눈시울을 잔뜩 붉힌 노래라며 추천했다. 그뿐인가. 생활공작소 구성원 중 유일한 아버지인 이장기 대리는 무려 라이브로 들었다며 자랑을 했다. 라이브로 들으니 어떠냐 물었더니 "저도 아버지니까요.." 하며 말을 잇지 못하더라. 



| 라디 - 엄마

https://www.youtube.com/watch?v=xRHPRcivWrg

이곡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담은 노래인데 스무 살 이후로 자취를 시작한 나는 스무 살 중반까지만 해도 엄마 없이도 제법 잘사는데?라는 어린 부심을 가졌다. 생각해보면 엄마의 부재가 존의 부재라고는 상상할 수 없던 나이였다. 이 곡을 추천해준 강민서 대리는 가사와 별개로 "얼마 전에, 정말 오랜만에 엄마 손톱 케어를 해드렸는데 손이 많이 늙으셨더라"고 말하며 추천하더라. 노래를 들은 후, 엄마와 나란히 앉아있던 기억이 가마득하다면 어버이 날, 손 한번 잡아드리는 것도 좋겠다. 



|김범수 - 집밥(2014) 

https://www.youtube.com/watch?v=PZ1FeDkKj1c

전통 발라드 가수라 불리는 김범수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며 이슈가 된 이 노래. 집밥. 그러나 나는 전통 발라드는 뭔지, 새로운 변신은 또 뭐야? 하는 막귀라 잘 모른다. 다만 집밥이 지닌 의미가 혼자 집에서 먹는 밥상차림은 아니라는 것에 깊이 동감할 뿐. 집에서 혼자 해 먹는 밥은 다 집밥 아니냐 말할 수 있지만 혼자 상차림 해 먹는 밥은 아무리 잘 먹어도 부실하다. 찬은 적어도 건강하고 든든하길 바라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자랐으니까. 그러니까 집밥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맞춤식으로 짓는 밥 되시겠다. 이 곡에는 가수 김범수 님의 어머니 목소리도 녹아있다. 언제 어디서나 집밥이 그립다면 들어보자. 그 흔한 반찬 투정이 쏙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엄빠에게 전화하게 될 테니. 



| 자이언티 - 양화대교

https://www.youtube.com/watch?v=uLUvHUzd4UA

행복하자- 아버지 말고, 아버지 말고 하며 가사를 잘 못 들은 누군가 때문에 이슈가 된 노래. 다행히도 누군가 잘 못 들은 가사는 아버지 말고 가 아니라, 아프지 말고 였다. 택시기사였던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늘 양화대교 위였다는 추억을 회상하며 만든 이 노래는 그저 행복만을 바란 행복송이었다. 이 노래는 얼마 전 성황리에 인터뷰를 끝낸 구민지 영상 기획자가 추천했는데, 행복하자는 말을 들으면 참 뻔-한 말임에도 그렇게 마음에 짠해져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다이나믹 듀오 - 어머니의 된장국

https://www.youtube.com/watch?v=gtVF674x-cY

생활공작소의 최정은 디자이너가 추천한 곡. 바로 어머니의 된장국! 하고 많은 노래 중에 이 노래를 추천한 이유가 뭐냐 묻자 "저는 된장국을 못해서 어머니가 오면 꼭 해달라는 음식이에요" 란다. 물론 그녀의 어머니가 해주시는 건 된장국이 아니라 찌개지만 이곡의 후렴이 들릴 때마다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이 곡은 놀랍게도 다른 부분은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후렴만 떠오른다. 바로 어.어.어.어.어.어머니의 된장국





곧 다가올 어버이 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믿고 연락도 잘 안 하다 자식 코스프레라도 해야 할까 싶어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우리 부모님은 내 문자에 주방용품을 포함한 제품을 잔뜩 보내라고 하더라. 것도 갖고 싶은 향과 색을 딱 정해서. 이십 년 이상을 꼬박 키운 자식이 본인의 취향을 모르리라 확신했기 때문일까. 


부모님의 마음을 읽게 되는 날이면 엄마, 아빠의 늙음이 한 뼘 가까워짐을 느낀다. 가끔, 세월의 흐름을 모두 읽게 되는 날 미소 정도는 지을 수 있을까 생각도 하게 되고. 이번 어버이날은 작년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의 부모님을 위해 손깍지 한 번, 포옹 한 번 정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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