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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Mar 10. 2022

앗,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과장님었다고요?

CM 현직자 인터뷰 - 제품 기획자는 어떻게 일하나 

처음 그가 생활공작소에 입사했을 때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였다. 명함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릴 당시에도 수염이 잔뜩 있는 자연인과 같은 상태였고, 일러스트가 완성된 무렵 그는 무슨 다짐이라도 한 듯 수염을 깨끗하게 민 맨얼굴로 출근했다. 충격으로 동공이 흔들리던 일러스트 디자이너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 주인공을 닮은 CM팀 정상배 과장


그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에서 일한다. 이름하야 CM팀. Category Management의 줄임말로 생활공작소 내 많은 제품들을 주방, 청소, 위생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신제품 개발, 리뉴얼,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는 곳이다-이 모든 설명은 그의 친절하고 상냥한 설명에 기반했다-. 상배 과장은 그중 주방, 세탁, 청소 및 세제류를 담당하고 있다.



상배 과장의 이야기가 담긴 웹드라마 온니보이
저의 첫 자식은(?) 생리대였어요.

남자들끼리 우르르 축구공 차고 술 마시며 놀던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맡은 제품은 다름 아닌 생리대. 사용해 본적 도, 사용할 수도 없는 여성 용품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출근 첫날, 생리대를 태어나서 처음 만져 봤어요. 마치 만지면 안 될 걸 만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팀에 남자라곤 저 혼자 뿐이었고 여직원들과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척 어색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반 여성들보다 생리대에 대해 더 잘 아는 남자가 됐죠."


제품 마케터로 남다른 시작을 한 상배 과장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대본을 썼다. 그리고 웹드라마를 제작했고 콘텐츠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는데 이르렀는데... 그 드라마의 이름은 '온니보이'(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온다). 그는 본의 아니게 난생처음 생리대를 개발하기는 물론, 얼떨결에 드라마를 탄생시킨 뮤즈가 되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도 '승'배... 


벌써 10여 년째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여성 용품 이후 칫솔, 치약, 면도용품 등 다양한 상품군을 경험했고, 현재는 생활공작소에서 주방, 세탁, 청소 등의 세제류를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출시된 핸드워시 디스펜서도, 에코팩 주방세제도 그의 손을 거쳤다.



어지러운 CM 팀원들의 책상....


저희 팀에는 아이(?)가 없어요.

그렇다. 늘 활기로운 CM팀에는 MBTI 중 I형(내향형)이 없다. 바로 뒷자리가 CM팀인데 작은 일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팀장님의 남은 0.5일 휴가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 따위의 토론. 이렇듯 각자 업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그런 그들을 보며(?) 많이 배운 다는 것이 상배 과장의 이야기다. CM 팀의 역량은 이토록 작은 일에도 열정적이어야 하는 열정이 필요한 것일까? 


"역량은 다다익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오너십이라고 생각해요. 제 자식 같은 제품들을 내놓고, 자식을 나 몰라라 하면 안 되겠죠?(웃음) 내 제품,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을 찾아가며 할 수 있어야 해요. 팀 구성원들이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담당하는 카테고리가 다르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고 그 카테고리에서 만큼은 CM들이 책임자라고 생각해요."


그는 우스갯소리로 CM팀 서로를 ‘개인사업자’라 부른다고 했다. 하긴, 같은 팀이지만 각자도생하고 있는 걸 보면 개인 사업자와 달라 보이는 건 없다. 그의 입을 빌려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CM팀은 생산된 제품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요. 제품의 PLC(Product Life Cycle, 제품 수명주기)를 책임지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실 생활에 도움이 될 자식 같은 제품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이미 태어난 자식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다듬어 갑니다.” I(MBTI)가 없다는 CM팀은 말과 달리 수많은 아이를 낳고(!) 기르고(!) 관리하는 중이라고.




주방세제 용기, 리필 3입, 천연수세미, 면 주머니가 세트인 주방세제 에코팩


현실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게 중요해요.


친환경, 지속 가능성, 같은 단어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지구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이에게 책임이자 숙제이기에 생활공작소도 범위를 정해 조금씩 시도 중이다. 모든 것이 짜잔! 하고 동시에 바뀌면 좋으련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게 쉬운가(오열).


환경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면 그것을 기획하는 사람도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하에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플라스틱을 안 쓰면 제일 좋겠지만 모든 것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잖아요. 최대한 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부분에만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했어요.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런 것부터 쌓아 나가면 점차 영향력이 커질 거라 생각해요."


생활공작소의 이런 취지가 공감받아 한국세라믹기술원으로부터 정부지원금을 투자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일반적으로 제품을 기획할 때 환경만큼이나 신경을 쏟고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이 제일 중요해요. '기본을 지킵니다.'라는 슬로건이 CM으로서도 참 중요하거든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마케터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조건이에요.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기 위해서 비싼 옷으로 치장할 수도 있겠지만 생활공작소 제품은 그런 꾸밈없이도 충분하거든요."




멋진 사옥이 생기면 좋겠어요.


생공인 콘텐츠 하면 빠질 수 없는 회사 별점주기 코너! 그도 여느 생공인 처럼 별 네 개 반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별 반개는 앞으로 할 몫도 남겨놓기 위함이라고.


"사람들이 믿고 찾는 ‘생공’이 되면 좋겠어요. 아직은 기업 규모도, 인지도도 크거나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를 만든 우리의 방식이 있잖아요. 지금까지 우리의 방식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그 덕에 점점 많이 지고 있어요. 계속 이렇게 가다 보면 여느 탄탄한 기업처럼 생활공작소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생활공작소에서 가장 신났던 순간으로 종무식을 꼽았다. 한 해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자리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생공만의 크고 작은 이벤트도 있다. 이를테면 선물 추첨이라던가, 전 직원 선물 증적식이라던가...! 그는 회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 사옥이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금 사무실도 생공(생활공작소)스러움을 뽐내고 있지만 ‘생활공작소 본사 사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고.


사실 내가 본 그는 참 열정맨이다. 회사일에도, 운동에도, 각종 모임에도! 그리고 최근 태어난 예쁜 아가를 돌보는 일에도. 아기가 태어나기 전 까진 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혹시 생공의 가장이세요?라고 농담처럼 물었었는데, 이제는 진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며 웃는 그를 본다. 열심히 일하는 그를 본 적 있어서일까. 가끔 휴가 때도 그의 모습이 보인 것 같기도...! 생공의 가장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의 앞날과(!) 생공의 앞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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