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는 걸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토마였다.
그는 의사도 가족도 아니지만, 생사의 경계에서 가장 많은 결정을 중재하는 사람이다.
감정적으로 무너진 가족 앞에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고,
한 생명의 끝을 또 다른 생명의 시작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의 역할은 ‘죽음의 관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일’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깊게 남은 인물은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이었다.
클레르는 살아남았지만, 그 생명이 다른 사람의 죽음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불편하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 죽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그의 가슴 속에서 새로운 심장의 박동처럼 울린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곧 감사함이 되어야 하지만,
그 감사조차 타인의 희생을 밟고 서 있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힌다.
이 책은 장기이식이라는 의학적 사건을 통해
‘누구의 생명이 더 소중한가’, ‘죽음을 어디까지 수선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성으로는 장기이식이 숭고한 일이라 이해하지만,
감성적으로는 여전히 불편하다.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바꾸어 생명을 연장하는 일은
마치 꽃잎에 색을 덧입히거나 나무를 비틀어 모양을 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자연 그대로의 삶과 죽음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살려야 한다’는 명분 아래 덧붙이고 고쳐 나간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내게 묻는다.
“살아있는 자를 정말 수선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손길’일 뿐일까.
읽고 난 지금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
그 불완전함 자체가 ‘살아 있음’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