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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ㅡ샌프란시스코

가족여행 35일 차

by 있는그대로

목요일에 돌아가셨지만,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가 휴일이라 화요일에 장례를 시작했다. 휴일에 장례를 치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했다.
장례식장은 오전 8시부터 12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조문이 가능하다. 1~3일 조문을 마친 뒤 장례미사를 드리고 공동묘지로 향한다. 동네 언덕마다 비석들이 모여 있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의자들이 놓여 있고, 정면에는 관이 있었다. 고인은 화장을 하고 곱게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화환이 둘러싸고 있었다. 양옆 벽면에는 자석판이 설치되어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그 사진들로 고인의 생이 고요히 드러났다.
빨간 장미로 된 화환은 가족이, 흰색 계열의 화환은 지인들이 보낸 것이라 했다. 고인의 손에는 묵주가 들려 있었고, 관 주변에는 장미꽃 장식이 놓여 있었다. 시신을 본다는 것이 섬뜩할 줄 알았는데, 고인의 모습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출입구 왼쪽에는 명함보다 조금 큰 사진 카드가 놓여 있었다. 앞면에는 고인의 사진이, 뒷면에는 출생일과 사망일, 그리고 성경구절이 인쇄되어 코팅되어 있었다.
방명록이 놓여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부의금을 받지는 않았다.

조문객은 관 앞의 장의자에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한 후 가족들과 인사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가족들은 검은색 옷을 입었지만, 나시티나 청바지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형식보다 마음이 더 중요해 보였다.
식장 안에는 물만 있었고, 음식이나 커피는 없었다.
고인은 87세. 10년간 파킨슨병으로 누워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통곡하는 이 없이 조용하고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비행기 시간이 되어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사 중이라 길이 복잡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올 때는 수하물 1개만 유료였는데, 이번에는 작은 캐리어 2개를 들고 탔다. 샌프란을 떠날 때보다 짐이 늘어난 탓이겠지.
체크인 줄은 길었다. 두 사람씩 간격을 두고 들어갔고, 경찰 두 명이 커다란 개를 데리고 있었다. 두 사람씩 통과할 때마다 개가 냄새를 맡았다. 마약 탐지견인가 싶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해서 내가 산 랑콤 크림을 보니 $115. 캐나다 면세점에서는 캐나다 달러로 $112에 샀다.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보다 약 20% 싸다. 크림을 여러개 샀으니 꽤 이득 본 셈이다. 남편이 산 술도 20달러씩 저렴했다며 흡족해했다.

드디어 탑승 시간. 비싼 항공권 순서대로 탑승하니 우리는 맨 마지막이었다. 캐리어를 실 공간이 없어 승무원이 이미 올라가 있던 가방들을 내려놓고 우리 짐을 넣어 주었다. 우리 뒤의 승객들은 자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 짐을 두어야 했다.

6시간 비행 동안 음료와 간식이 두 번 나왔다. 쿠키와 견과류, 그리고 주스나 물, 콜라, 사이다 중 원하는 음료를 얼음과 함께 내어주었다. 쿠키가 맛있어 하나 더 달라 했더니 두 개를 더 주었다. 갈 때도 느꼈지만 델타항공의 서비스는 정갈했다.

이륙할 때는 연료 냄새가 났고, 비행기 소음은 여전했다. 영화와 게임, 드라마가 있었지만 집중은 잘 안 됐다. 스도쿠를 하다, 체스를 두다, 잠시 눈을 붙이니 벌써 도착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 딸과 사위가 마중 나와 있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는 3시간의 시차가 있다.
남편은 더 이상 시차 있는 여행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서늘했다.
역시 샌프란시스코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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