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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라즈 교도소ㅡ코스트코

가족여행 37일 차

by 있는그대로

추리닝 차림으로 출근하는 사위를 위해 딸은 매일 도시락을 싼다.
오늘은 핫도그를 도시락으로 준비했고, 막내와 나도 아침으로 함께 먹었다.

우리는 공원이 된 알카트라즈 교도소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철은 뉴욕보다 훨씬 깨끗하고 쾌적했다. 피어 35에서 크루즈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 지도는 1달러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섬이 그리 넓지 않고 오디오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구입하지 않았다.

한국어 오디오도 제공되어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샤워실, 감방, 독방, 운동장, 주방, 식당, 면회실 등을 둘러보며 당시의 공기를 느껴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샌프란시스코의 불빛과 파티 소리가 들려와 견디기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벽의 작은 창문 너머로 바다 건너 높은 빌딩들이 보였다.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중범죄자들이 수감되던 곳으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연 감옥이었다. 탈출이 거의 불가능해 ‘악명 높은 감옥’이라 불렸지만, 어느 날 수감자들이 숟가락과 국자를 이용해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운영 비용 문제로 교도소는 폐쇄되었다고 한다.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과 책으로도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기프트숍에는 국립공원처럼 다양한 기념품이 가득했다. 섬 전체에는 비린내와 갈매기똥 냄새, 오래된 건물의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섬 곳곳에는 예쁜 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사이로 비둘기들이 쉬고 있었다. 새끼 새들이 웅크린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지켜보았다. 어린 새 한 마리는 날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떠올랐다.
건물 한편에서는 갈매기가 알을 품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는데 머리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휙 스쳐 지나갔다. 깜짝 놀라는 사이, 녀석은 땅 위에 하얀 흔적을 남기고 다시 날아올랐다. 섬 곳곳이 하얀 페인트를 칠한 듯 갈매기똥으로 뒤덮여 있었다. 바위 위에는 흰 갈매기와 까만 까마귀가 나란히 앉아,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섬을 나와 케이블 전차를 탔다. 의자는 반은 앞을, 반은 뒤를 향해 있었고, 벨은 줄을 당겨 울렸다. 머리 위로는 수많은 전선이 얽혀 있었다. 전선을 따라 달리는 버스, 케이블 전차, 그리고 일반 버스가 한 도심 속을 함께 달리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버클리에 비해 훨씬 혼잡했다. 창문 밖으로 피셔맨스 워프의 하얀 건물들이 스쳐 지나가며, 처음 왔던 그날이 까마득히 멀게 느껴졌다.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지하철은 항구로 갈 때보다 사람이 많았다. 퇴근 시간이었다.
창밖으로는 언덕 위로 집과 나무가 뒤섞인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서 사위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도 보였다.

역에서 사위를 만나 코스트코에 들렀다. 입구에서 회원카드를 확인했고, 안에는 거대한 물건들이 끝없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큰 카트를 밀며 물건을 가득 담고 있었다. 아이 옷이 눈에 띄어 살펴보니, 옷걸이에 티셔츠 네 벌이 한 세트로 걸려 있었다.
옷걸이 구조가 2~4벌씩 함께 걸 수 있게 되어 있어 보관하기도 편해 보였다.
우리는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대게와 양주 한 병을 샀다. 그 사이 막내는 시식 코너 세 곳을 돌았다. 계산대에서는 직원이 직접 카트에서 물건을 옮겨 계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대게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그 국물로 대게 라면을 끓였다. 배가 고파서인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남편은 “미국 여행 따라오길 잘했다. 나도 환갑잔치를 미리 한 기분이야.”라며 웃었다.
막내에게 젊었을 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집에 갈 날이 다가오니 카드 대금이 은근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직은 대학생인 막내에게 돈이 아닌 경험을 선물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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