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40일 차
집 가는 날.
오전에는 누룽지를 먹고 뒹굴뒹굴 쉬며 보냈다. 이른 점심으로는 풀무원 냉면을 먹었다.
남편은 어제 다녀온 레이크 메리트로 자전거를 타러 갔고, 나는 딸과 함께 세포라에 들렀다. 면세점에서 산 크림이 하나 모자라서 사러 간 것이다. 직원이 설화수를 추천해 준다. 따로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는 걸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찾는 크림은 없어 그냥 나오려는데, 딸이 나 쓰라고 화장품을 선물해 준다. 마음이 찡하다.
딸이 친구 집에 가 고양이를 돌보는 동안, 나는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1층 출입문이 유리로 되어 있고 베란다도 오픈되어 있어, 야트막한 나무 담을 넘으면 바로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베란다에 건조대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창문도 커다란 유리로 되어 있어, 우리는 아마 이런 훤히 보이는 집에서는 살지 못할 것 같다.
딸 집을 비롯해 모두 열쇠를 사용한다. 도어록이 있는 집이 없다. 딸 집도, 언니 집도, 조카 집도. 열쇠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언니의 지갑은 묵직해 보였다. 언니 집의 보일러통은 얼마나 큰지 거실 한쪽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에 우리 집 보일러를 보고 “이렇게 작은 데서 온수가 나와?” 하고 몇 번이나 물어보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구글 지도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레이크 메리트에 다녀온 남편은 땀을 많이 흘렸다. 구글 지도가 있으니 버클리에서도, 센트럴파크에서도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주말이라 레이크 메리트는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어제보다 행사가 많아 더 볼거리가 풍성했다고 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바다 끝에는 구름이 산처럼 높이, 두텁게 둘러쳐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놀랍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공항에서 딸의 눈물이 쏟아진다. 남편도, 나도, 딸을 두고 가려니 눈물이 난다. 그래도 잘 살겠지. 잘 살 거야. 딸 부부의 행복을 믿는다.
열흘을 더 머무는 막내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귀국하길 기도드린다.
신경 써준 딸 부부에게 고맙다. 특히 결혼 5개월 차에 좁은 집에서 처가 식구 네 명을 맞아 휴가까지 내준 사위가 참 고맙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환갑을 핑계 삼아 누릴 수 있었던 긴 여정, 내게 주어진 축복의 시간에 감사드린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인천공항 도착.
무사 귀국, 미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