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근처에서 아기똥 냄새가 난다

아기 존재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명은 어쩌면 응가냄새일지도

by 무나나나

큰일이다. 어젠가부터 자꾸 소파에만 앉으면 아기똥 냄새가 코 끝을 간지른다. 평소에도 육아 퇴근 후 저녁을 먹을 때면 여전히 코끝에서 맴도는 아기 냄새가 내 상황을 확실히 각인시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아기 토냄새(옷에 묻어있을 수 있다), 젖냄새(마찬가지로 옷에 묻었다가 말랐을 확률이 높다), 아기 세제 냄새 (늘 아기 가제수건과 옷을 빨래건조대에 널어놓고 있으니 당연하다)같은 것들이었지 똥냄새가 나지는 않았는데. 대체 어디에 묻은걸까? 눈씻고 찾아봐도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아기똥은 ‘대변’ 이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응가’라고 주로 불려지지만 개인적으로 아기똥 이라는 말이 좋다. ‘아기’가 붙어서 귀엽기도 하고, ‘똥’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이 기본적으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니 남편은 “그냥 응가라고 하는게 낫다”고 했지만…개인 취향인데 뭘. 그래서 아기똥, 애기똥, 똥, 똥 거리다보니 그 단어가 마치 작은 악기의 울림처럼 느껴진다. 그냥 똥은 몰라도 아기똥은 아기를 닮아 귀엽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엄마라서 생긴 이상한 애착일 것이다. 사실 내 아기 똥이나 귀엽지 다른 집 아기똥을 생각하면 얼마간 거부감이 여전한 것을 보면 이상 증세는 아니겠지만... (그러니까 카페나 식당 의자 위에 아기 똥기저귀를 그대로 놓고 나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으키지 말자)


아기똥은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엄마젖과 분유 이외엔 아무것도 안먹어서 나는 시큼한 냄새다.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은 신생아에 한해 그렇다!)속세 음식은 하나도 먹지 않는데도 이만큼 냄새가 나는 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아기도 트름에 방귀에 어른이 하는 신체 활동을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 이미 완성된 한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인 셈이다. 게다가 아기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배변 문제를 겪는다. 변비가 있는 아기도 있고 설사를 하는 아기도 있다. 젖이나 분유밖에 안먹는데도 배변 문제가 생기다니! 장이 덜 발달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만하면 뭘 먹느냐가 배변문제의 근원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다. 그래서 아기들도 유산균을 열심히 챙겨먹여야 하니 20년 넘게 하나의 대장을 혹사시키고 있는 성인이라면 모름지기 유산균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 암.


각설하고 신생아 엄마들의 3대 고민을 꼽으라면 아마도 수유, 수면과 함깨 배변이 꼽힐 것이다. 맘카페에 가면 수많은 아기똥 사진을 볼 수 있다. 엄마들은 내 아기 똥 사진을 찍어 올리며 ‘색깔이 이상한데 봐주세요’, ‘갑자기 똥이 묽어졌는데 괜찮을까요’ 등의 질문을 하고, 또 남의 아기 똥을 보고 댓글 달아주기에도 망설임이 없다. 아기가 있는 친구들은 누구나 휴대폰 앨범에 아기똥 사진 한 장씩은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맘카페에 올려서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고, 아기 돌보기 책에 나와있는 사진이랑 비교해봐야 할 때도 있고, 소아과에 가서 보여줘야 할 때도 있으니까. 나는 일주일씩 화장실을 못가도 상관없지만 아기는 하루라도 배변을 안 하면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는게 엄마 마음인 것이다. 어딘가에는 오늘도 아기가 똥을 안 싸서 걱정하며 밥을 지새울 엄마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소파에서든 어디든 아기똥 냄새가 나는 것이 행운일지도 모른다.


여하간에 이 특유의 냄새가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 어디가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기저귀는 별도의 밀폐가 잘 되는 쓰레기통을 마련해 버리고 있고, 기저귀 갈이대는 화장실 옆에 따로 있는데… 소파에서는 기저귀를 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대체 어디에서 냄새가 나는걸까. 날을 잡고 소파 구석구석을 뒤져봤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비염이라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이 은은한 흔적에 고통받는 것은 나 뿐인 것이다.


사실 육아를하며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에서 남편은 언제나 빗겨서있다. 아기와 24시간 붙어 씨름 하는 것은 육아휴직을 한 나이고, 남편은 직장생활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딘가에서 냄새가 나고있는데 ‘나는 모르겠소’하는 표정으로 소파에 길게 누워 TV나 보고있는 남편을 보고있자면 울컥 화가 치민다. 왜 나는 신경이 쓰이고 너는 안 쓰이는가. 왜 대부분의 육아 문제가 나에게는 심각한 것으로 다가오고 너에게는 별거 아닌 일인가.


어쩌면 이건 단순히 성격탓일 수도 있다. 남편은 지저분한 것에 대한 역치가 높은편이고 나는 사소한 것도 잘 견디지 못하니까. 아니면 내가 매일매일 1회 이상 똥기저귀를 가는데 반해 남편은 하루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오는 차이겠지. 그렇다면 이 냄새도 여성이 육아의 대부분을 감당해야만 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루종일 냄새의 발원지를 찾아 헤매다 결국은 못 찾은 끝에 짜증을 내며 했더니 남편은 감흥 없는 표정으로 ‘그런가’, 한다.


아기똥 냄새는 결국 발원지를 찾지 못한 채 우리집의 시그니처 향으로 남아버렸다. 이 집에 아기가 있다는것이 변치않을 사실인 것 처럼.

우리집 응가머신, 생후 30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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