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함께 기억력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하여
하도 매일 동요만 들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기 장난감에서는 무조건 노래가 (아니면 최소한 ‘삑삑’, ‘딸랑딸랑’ 소리라도) 흘러나오니 동요에서 벗어날 시간이 거의 없다. ‘멋쟁이 토마토’, ‘빙글빙글 비눗방울’, ‘솜사탕’…하나같이 달콤하고 귀여운 제목과 노래들이지만 반복해서 오래 듣다보면 피곤해진다. 반주만 흘러나오는 외국동요여도 마찬가지다. 듣지 않고 있을 때에도 뇌 속에 울린다는 점이 정말 성가시다. 고3 학생들이 동요를 듣는다면 전곡이 ‘수능금지곡’으로 지정되었을텐데, 싶을 정도다.
아기가 잠든 사이 텅 빈 나의 음악적 감성 만족도를 채우고자 최근에 추천받은 밴드 이름을 검색해봤다. 무슨 롤러코스터인데. 예전에 그 롤러코스터는 아니고…외국밴드인데…아, 모닝 롤러코스터, 모닝롤러코스터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모닝 롤러코스터’, ‘morning rollercoaster’ 등등을 검색했지만 검색 결과가 안나온다. (밴드 이름은 차치하고 아침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은 광활한 유투브 세상에서도 찾기 어려운 것이다) 뭐였지? 롤러코스터 모닝인가? 또 한참을 ‘롤러코스터 모닝’, ‘롤러코스터_모닝’ 등등을 검색하다 결국 ‘아침 롤러코스터’, ‘아침 청룡열차’ 를 검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빨리 찾아야되는데, 아기 깨기 전에 한 곡이라도 들어보려면. 하고 초조해졌을 때쯤 갑자기 떠오른 그 밴드의 진짜 이름은 ‘선셋(sunset) 롤러코스터’ 였다.
어쩌다 선셋을 모닝으로 헷갈리게 됐을까. 정반대인데다가 음악을 추천받은 이유를 떠올리면 더더욱 모닝은 전혀 안 어울리는 밴드가 아닌가. 아련하고 서정적인, 포스트모던한, 뭐 그런 음악이라고 들었는데. 아침하고는 전혀 안어울리는 분위기인것을!
그렇게 찾아 들은 밴드의 음악이 좋아서 한참 듣다가 예전에 좋아하던 밴드의 곡도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 이름이 뭐였더라? 묘하게 섹시하고 어두운 느낌이 있는 이름이었는데…그러니까…검정 스타킹! (아니다, 밴드의 이름은 검정치마였다.)
사람들이 아기 낳을 때 뇌도 같이 낳는다고 농담하더니 정말 농담이 아닌 모양이다. 산모의 기억력에는 인정하기는 싫고 무시하기는 어려운 정도의 균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기억력과 함께 취향도 사라지는걸까? 더 많이 듣고, 읽고, 쓰려고 노력하면 이 취향의 풍화를 늦출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