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기

이상하고 이로운 페미니즘

by 혜윰

하루를 돌이켜보면 나는 주로 무언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읽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는 왜 읽는 걸까.


먼저, 내가 읽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스위치'를 끌 수 있어서이다. ‘읽는 나’가 되는 순간 잡다한 일상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나는 그저 한 명의 독자로만 존재한다. 글자를 읽고, 문장을 읽고, 글자와 글자 사이의,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극을 채우려 생각하는 나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뭔가를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면, 구부정한 저 허리는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

내가 읽은 책들, 거의 다 잊어버리지만 간혹 한 두 문장이 살아남아 내 머릿속에서 다시 맴돈다. 이 생각들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내가 원할 때, 몇 번씩 또는 수백 번씩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유튜브 <겨울 서점>의 한 영상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첫 문장이 불현듯, 생각날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말했어.”

나도 한 번씩 문장들이 튀어 오를 때가 있다. 내가 읽었던 그 문장들은,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고 믿는다. 적절한 때에.


다시,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현실로 돌아오면 환상은 빠르게 깨진다. 아이 둘은 싸우고, 벌써 저녁시간이 지났다. 순간 나는 다시 책 속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그 순간을 기다리는 힘은 내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삶과 거리를 두게 만들어주는 힘. 내 일상을 '다른'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혼자 읽는 시간. 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힘을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