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5일째

규칙적인 식사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by LIZ

오늘은 자가격리 5일째, 자가격리 첫 주말을 맞이하는 토요일이다. 9시에 전화를 주신 시청 담당자분의 전화로 잠이 깼다. 잠을 깨워서 죄송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그분께, 내가 오히려 잠 덜 깬 채로 전화를 받아 죄송한 마음이었다. 주말에도 시청 직원분들이 전화를 하실지 몰라서 궁금했는데, 주말에도 전화를 해주신다.


금요일 밤, 참지 못하고 주문한 교촌치킨과 엄마가 가져다주신 민들레 나물을 먹으며 부부의 세계를 시청했다. 김치를 먹지 않은 것은, 민들레 나물의 부피가 김치보다 더 작아서, 위에 부담이 덜 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TV가 없는 나의 집은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봐야 했기에, JTBC에 가입까지 했다. 드라마를 본방 사수를 한건 5년 전, 오 나의 귀신님 이후로 처음이다. 외부 세계와 단절되니, 더 외부와 접하고 싶은 욕구가 발현된다고 느껴진다.


새벽 1시까지 먹은 치킨 덕분에 토요일 오후 1시를 지나는 지금, 아직도 허기를 느끼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식사시간이 되자, '허기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식사와 간식을 챙기는 것이 주된 일상이 되었다. 아직 초반이라 레토르트 식품은 먹고 싶지 않다. 두 끼의 식사, 16시면 자연스레 주방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자가격리 생활을 즐겁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큰 기둥이다. 나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요리하는 시간은 음식과 행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흡사 명상할 때의 고요한 집중을 할 수 있어서 그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자 '큰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고 스스로 흠칫 놀랬다.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배가 고프지 않으면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명목으로 끼니 거르기는 예사였는데. 이제는 하루 두 번의 식사와 간식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어떤 강박 같은, 본능적인 집착이 되어 버린 것일까. 제시간에 밥을 먹지 못해서 불안해진다니.

'아, 12시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직 소화가 안되었네. 어떡하지?'


허기를 느끼고 싶어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했다. 물구나무서기, 다리 찢은 후 호흡 연습, 푸시업, 스쾃 자세로 신문보기. 요가 클래스에서 하는 만큼만 격렬하게 하면 금방 허기가 생길 텐데, 혼자 하는 운동은 아무래도 끈기 있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난 지금도, 배가 고프지 않다.


미처 몰랐던 본능적인 식욕에 놀랜 하루다. 대신, 이렇게 스스로 몰랐던 모습을 알아가고, 나를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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