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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ia Oct 24. 2021

저도 제가 무서워요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운전하고 싶다

 "도로주행 합격은 시켜주지만 정말 운전연습 많이 해서 도로에 나가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5년 전, 드디어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랄라!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도로주행 5번 만에 합격할 만큼 운전에 소질이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못하면 나중에 자율주행차가 나오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딸의 자존심을 팍팍 긁어놓으셨다. 


 암튼 학원에서 주는 세 코스를 달달 외어서 따기는 했는데. 막상 도로는 나가자니 차도 없고 해서 5년 동안 장롱에 면허증을 고이 모셔두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운동도 되니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복덩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집에 있었기 때문에 운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에 살던 동네는 공원도 많고 해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 좋았다. 문제는 복덩이가 크면서 밖에 나가는 걸 엄청 좋아했고 이사 온 동네가 차가 없으면 불편했다. 


 장롱에 있던 면허증을 꺼내야 할까? 운전하기 싫은데...


 남편은 운전을 하는 게 좋다며 도로연수받을 때 복덩이를 봐주겠다고 하니. 흠. 


 다시 운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브레이크, 액셀의 위치도 가물가물하니. 도로에 나가면 큰 사고를 칠 기세였다. 나도 나를 못 믿으니 도로연수를 받기 전에 실내 운전연습장에서 10시간 연습하였다. 실내 운전연습장은 도로연수보다 가격이 저렴했고 생각보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제 같았다.


 처음엔 이리저리 왔다 갔다 제멋대로 차가 나갔지만 사장님의 특별교육으로 점점 나아졌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차선 지키면서 운전하기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10시간을 채운 뒤 바로 도로연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탁자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박아 퉁퉁부은지라 2주 정도 뒤에 도로연수를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오전에 수업을 받는 데 가을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운전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지금까지 왜 운전을 안 했는지 아쉬울 정도이다. 5년 전에 면허를 따자마자 운전을 시작했더라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아직은 비록 초보지만 언젠가 음악을 틀고 능숙하게 운전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도로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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