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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04. 2024

시와 사랑의 결정체, 영화 <일 포스티노>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서 펼쳐지는 시와 은유, 사랑이 담긴 이야기. 칠레의 민중 시인, 네루다 파블로와 어부의 아들 마리오의 우정이 아름답게 채색된다.


네루다의 집배원으로 일하게 된 마리오는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을 얻는 방법으로 네루다와의 관계를 이용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우편배달이 없을 때도 네루다와 만나는 일이 늘어가고 그에게서 시란 무엇인가를 배워간다.


네루다는 이렇게 말한다.

“시를 이해하는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뿐이야.”


“남들이 원하는 말을 하기보다 자신의 소신대로 이야기하는 게 멋진 시인이네.”


“사람은 의지가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가 공산주의자로서 독재정권의 탄압을 피해 망명생활하던 시절을 픽션과 논픽션을 버무려 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원작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각색한 영화로 시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우편배달부 역으로 나온 마시모 트로이시가 영화 촬영을 마친 다음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해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극 중에서도 사회주의 정치집회에 나가 자신의 시를 낭송하려다가 군중들의 폭동으로 사망하고 만다. 네루다에게서 시를 배우고 그의 시를 이용해 사랑을 쟁취한 마리오가 결국 시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서 인생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졌다.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했던 말, “시인은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어.” 가 이러한 비극을 예견한 복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졌어요. “

“치료약이 있어.”

“낫고 싶지 않아요.”


사랑에 빠진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말했듯이 사랑은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만큼 처음 겪는 설렘과 황홀한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 시는 바로 이러한 사랑을 농축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베아트리체의 고모의 말로는 재산이라고는 발가락 때밖에 없는 마리오가 비단 같은 말솜씨로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쟁취할 만큼…


시란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마리오의 말처럼 영화도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감동을 받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는 게 아닐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 시인과 가난한 어촌 마을의 어리숙한 집배원의 우정과 시와 사랑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뭉클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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