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5화. 넌 몰라
창피해. 나 혼자만 다른 의미를 찾으려 하고. 나 혼자만 의식하고. 창피해 죽겠어.
사다코는 1학년 때 왕따였다며. 너 앞으론 사다코 일에 너무 열심히 나서지 마라. 성격상 챙겨주는 건 알겠는데 그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무슨 뜻이야? 왕따 얘기는 뭐고 챙긴다는 건 뭐야? 난 그럴 생각 없거든.
사다코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래. 그러니깐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겨우 반 애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네가 잘해주는 것 때문에 여자애들에게 찍히면 또다시 겉돌게 되잖아.
하지만 네가 나서면 나설수록 걘 질투를 받게 될 거야. 헛된 기대를 갖게 하는 거 불쌍하지 않아?
너 아까부터 뭐가 자꾸 불쌍하다는 건데. 쿠로누만 잘하고 있잖아. 그리고 뭐. 뭐가 헛된 기대라는 거지.
그러니깐 거기가 바로 네가 모르는 포인트야. 카제하야와 사다코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기도 하고.
글쎄. 뭐랄까. 예를 들어서 나랑 야노는 사와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오해도 꽤 많이 받았고 심한 얘기도 많이 들었잖아. 그리고 류는 류대로 1학년때부터 쭉 4번 타자다 보니깐 선배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괴롭혔고 말이야. 그런 면에서 보면 사와코와 가장 거리가 먼 건 너일지도 모르지.
어제 그 이후로 카제하야랑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불편한 사이가 된 거냐고. 얼른 불어.
나 혼자 너무 의식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겠어. 무서워. 창피해. 미움받고 싶지 않아. 내 속마음을 감추고 싶어.
무서운 건 너 혼자만이 아니야. 사와코.
사와코 넌 계속 이대로고 싶니? 무섭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지금처럼 힘든 상태가 계속될 거야. 그게 싫으면 네가 용기를 내서 움직여야 돼.
사실은 카제하야 그놈도 사와코만큼이나 불쌍하고 안쓰럽긴 하잖아.
뭐? 카제하야가 왜 불쌍한데?
그야 좋아하는 애가 자기 앞에서 겁먹은 표정을 하니깐.
연애라는 건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해.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사와코는 분명 동정에 의한 연애라고 생각할 거라고.
굉장하다. 너 사다코.
거봐. 자신감을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