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12화. 축제가 끝나고
너무 긴장돼서 그만.
나도 그래. 쑥스럽고.
나랑 똑같아.
내가 사와코를 좋아하는 거야. 내 맘 알지? 그렇지?
이래도 되는 걸까?
화끈거려 죽겠네. 다행이다.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꿈이 아니야. 괜찮아. 난 이제 민폐덩어리가 아니야.
사다코 말이야. 이젠 울리지 마라. 너 혹시 저번에 뒤뜰에서 사다코가 뭐 때문에 울었는지 아냐? 그건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뭐? 왜?
들었으니깐. 나한테인가.
너희들 사귀기로 한 거냐. 정말? 혹시 너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너 쿠로누마 앞에서 네 입으로 확실히 너랑 사귀어달라고 얘기했어?
하지만 말 안 해도.
큰일 날 소리.
넌 저 녀석한테 얼렁 뚱땅이 통할 거라 생각하냐?
쿠로누마.
카제하야.
오해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결혼 얘긴.
저기. 미안해. 내가 괜히 오해하게 만들어서. 상상해보고 싶었거든. 상상 속에선 그런 굉장한 일도 꿈꿔볼 수 있으니깐. 아무래도 내가 요즘 욕심이 너무 과해지고 있나 봐.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가장 중요한 얘기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그냥 넘어갈 뻔했거든. 우리 정식으로 사귀자. 내가 앞으로 소중히 아껴줄게. 앞으로 쭉.
어. 사실은 나도 너한테 해야 될 말이 하나 있어. 미워하기 없기다.
걱정 말고 얼른 말해봐.
나 이제 아무런 사심 없이 네 얼굴을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아.
그런 걸로 미워할 리가 없잖아.
꿈이 아니었어. 하룻밤 자고 나면 왠지 전부다 꿈일 것 같았는데. 자기 전에 적어둔 이 수많은 메모들은… 현실.
행복해. 진짜구나.
사와코는 너한테 어떤 존재인거지?
여자친구.
얘들아. 둘이 사귀기로 된 것만으로 벅차니깐 우리 좀 내버려 둬.
게다가 이제 와서 보니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나 싶을 만큼 둘이 참 잘 어울리네. 정말 천생연분이다.
근데 사와코가 저 쿠로미를 제치고 카제하야를 차지했다는 건 다들 꿈에도 생각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