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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22. 2020

자신만의 별을 틔우기

진정한 세대 통합의 길



 며느라기라는 웹툰이 화제였다. 평범한 며느리가 시댁에서 겪어야 했던 고충을 그린 만화인데, 사실 이런 예는 부지기수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세대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로 대변되는 X세대, 그리고 나로 대변되는 Y세대, 그리고 내 조카, 나의 제자들로 대변되는 Z세대. 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회가 자꾸 분열되고 갈등으로 치 닿는 게 세대 간의 갈등도 한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이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참으로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부모님은 나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셨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엄마는 나와 같은 토끼띠로 스물다섯에 나를 낳으셨다. 나는 그로부터 10여 년을 더 싱글로 살았으니 엄마 가슴은 답답할 수밖에.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딱히 인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유긴 하지만, 그보다는 아직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 삶이 이렇게나 재밌는데, 고된 육아의 고생길이 보이는 결혼생활로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물론 우리반 제자들이나 조카들을 보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저런 아이들이 내 자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행복한 상상을 펼치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되뇐다. 피아노도, 그림도, 여행도, 글쓰기도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걸! 


 X세대인 부모님은 때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전쟁을 치르며 고된 노동을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Y세대, 더 나아가 Z세대는 다르다. 삶이란 꼭 같은 출발선에서 떠나 하나의 결승선을 향해 경쟁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출발선에서 자신만의 결승선을 향한 여정이라는 것이 요즘 세대의 지론이다. 우주에 떠 있는 무한한 별처럼, 한 사람 한 사람 다 자신만의 빛깔을 낼 소중한 별과 같은 존재다. 


 물론 때론 Y세대, Z세대 중에도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경쟁에 길들여져 온 사람, 인생을 100M 달리기쯤으로 여기는 사람은 나와 다른 가치관을 지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확신한다. 결국 인생의 의미와 행복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는 사람의 것이라고! 나만의 개성과 강점을 알고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달리는 사람, 그 사람에게만이 종국에 승리의 여신이 환히 웃어줄 것이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니 88만 원 세대니 자조 섞인 울분이 많이 토로되는 현실을 잘 안다. 물론 날 때부터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부럽고 가진 것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꽤 만족스러운 인생을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예로 우리 부모님을 들고 싶다. 우리 부모님은 학력도 좋지 않고 꽤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열심히 삶을 일구어서 남부럽지 않은 인생 후반기를 보내고 계신다.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실하게 일하시며 자녀들을 건사하였고 수영, 낚시, 텃밭 가꾸기, 엑셀 다루기 같은 소소한 취미를 지니며 주변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신다. 나는 이런 부모님을 본받아 매 순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세대 통합이 다른 길로 통하는 게 아니다. 바로 자신만의 재능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면 이룰 수 있다.  우리 부모님도 이제는 내 생각을 존중해주시려 한다. 내 꿈을 소중히 여기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인정해주시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삶의 페이스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상대방한테 주입하려 하기보다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시도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누구도 그 사람에게 자기만의 잣대로 인생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별을 틔우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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