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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26. 2020

<XYZ:얽힘> 여러분, 사랑스러워지세요!

어린이처럼 살아보는 건 어떨까?



 2018년 한동안 캐릭터 힐링 도서가 화제였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등등. 캐릭터다운 화려한 색감의 표지와 알록달록 예쁜 삽화 속에 그려진 짤막짤막한 문구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도 그중에 몇 권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유치하다는 오해나 편견과는 달리 니체나 공자의 사상을 접목시켜 지혜로운 철학서처럼 다가왔다. 이 책들의 대인기에 힘입어 캐릭터 힐링 에세이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물론 이 책들은 주로 2,30대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나는 이 현상에서 사람들은 사랑스러움, 귀여움에 정말 매력을 느끼는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히 같은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인데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들의 옷을 입으니 더 날개 돋친 듯 판매가 되는 책들. 이 인기는 비단 사랑스러운 겉모습 때문만이 아니라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도 깃들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X, Y, Z세대 간의 갈등도 이 ‘사랑스러움’ 공식으로 풀어보는 건 어떨까? 최근에는 X세대를 조롱하는 영탁의 <꼰대 라떼>라는 노래가 대유행하고 Y세대와 Z세대는 그 노래를 즐겨 부르며 서로의 갈등을 유희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계층을 풍자하며 탈춤을 추던 평민들의 놀이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모든 X세대가 그 노래 가사처럼 “라떼는 말이야”라며 근엄하게 권위만 내세우지는 않는다. X세대 아니 심지어 X세대 이전 세대 중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른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나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타샤 튜더 할머니를 떠올리고 싶다.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였던 타샤 튜더 할머니는 생전 아름다운 대정원을 가꾼 것으로 유명하여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집안을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미고 바깥 정원은 계절별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풀들로 가꾼 할머니. 그 틈틈이 동화도 쓰고 삽화도 그린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은 할머니. 웰시 코기를 키우며 인형 옷 제작이 취미였던 할머니.  


 동화작가는 하나의 직업적 예시일 뿐이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삶에 대한 천진난만함과 순수성이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라는 책을 쓴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도 귀가 솔깃하다. 60세까지 은행원으로 근무한 할머니는 퇴직 후 디지털 세상에 매료되어 노인을 위한 스마트폰 게임 앱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 앱 개발로 2017년 매년 개최하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에 초대되어 참가하기도 했다. 이 책 제목처럼 우리가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진다면 굳이 꼰대가 될 필요가 있을까? 꼰대처럼 생각이 굳고 경직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재미없는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고자 하는 하나의 심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몇몇 꼰대 어른을 만나며 들었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은 실패한 게 아니란 말이야. 나는 옳고 너희들은 틀렸어. 너희들은 나처럼 살아야만 해.’


 말랑말랑하고 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와 생각은 위에도 적었지만 삶에 대한 낙관성, 천진난만함,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처럼 노년에도 풍부한 자신만의 삶을 가꿀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Y세대인 나도 바로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X세대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Z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니체는 인간 정신발달을 낙타, 사자, 어린이의 세 단계로 나눴다고 한다. 낙타는 무조건적인 복종 단계다. 사자는 가끔 불합리하면 No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다.  어린이는 인간성장 최고 단계로 순진무구함 그 자체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어린이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고단한 삶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다. 어린이다운 X세대와 Y세대, 그리고 어린이 그 자체인 Z세대가 함께 어울린다면 갈등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을 것이다. 모두 어린이가 되자! 모두 사랑스러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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