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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따스한 위로의 순간들

삶의 작은 기쁨, 나만의 치유법

by 루비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내 삶에 그런 이야기를 쓸 소재가 부족한 것 같다. 김애란의 소설 <바깥은 여름> 중 입동편에는 ‘꽃매를 맞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이를 잃은 부부가 주위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이해받기보다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제목이 입동인 이유도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처럼 세상의 차가운 현실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마치 내가 꽃매를 맞고 있다고 공감하였다. 나는 열아홉살 때부터 따돌림을 당했는데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와준 사람은 계약관계인 의사선생님과 상담사 빼고는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한 사람이 서점 사장님 한 분이었다. 신기하게도 나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나를 지지해주었다. 하지만 그 서점은 폐업했고 나는 이사를 갔고 관계가 멀어졌다.


나는 그러면서 따뜻하고 유쾌한 관계에 대해 포기를 하게 됐다. 그보다는 나만의 치유방법을 발전시켜왔다. 그건 독서와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음악 감상, 여행, 맛집 탐방, 드라마나 영화 감상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예술치료를 주제로 한 석사 논문 연구에도 참여하였다.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그러면서 점차 창작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책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작곡을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아직은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꾸준히 하고 싶다. 혹시 나처럼 트라우마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몇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이전에 썼던 글에서 나의 경험을 많이 공유해왔다. 2022년에 집필한 전자책 <슬픔을 수놓은 손수건>도 추천한다. 오늘은 이전에 쓰지 않았던 것들 위주로 써보아야겠다.


첫 번째, 여행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그 중, 상주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4년 전에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상주자전거박물관을 갔었다. 그때 제자가 운전해주는 2인용 자전거 뒷좌석에도 타보았다. 낙동강이 보이는 자전거박물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면 무척 신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가을철에 가면 곶감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곳곳에서 감나무를 발견할 수 있어서 정겹다. 최근에도 동시 쓰기 연수를 듣기 위해 낙동강 바로 옆에 있는 낙동강 문학관에 다섯 차례 다녀왔는데 수많은 문인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시도 읽고 낙동강변도 산책하면 완벽한 자유와 행복감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 있는 주막에서 먹는 식사도 마음을 두둑하게 해준다. 낙동강 변을 걷다 보면 호박꽃도 볼 수 있는데 안도현 시인님이 가르쳐주신 호박꽃잎을 다물고 벌이 윙윙 거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겁이 나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어느새 나는 상주시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두 번째로는 그린 데이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곡을 추천한다. 이 곡은 대학 시절 임용공부를 하러 도서관을 왔다갔다할 때 즐겨 듣던 곡이다. 그린 데이의 리드 보컬, 빌리 조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한다. 뮤직비디오는 이라크 전쟁으로 이별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사랑과 상실, 추억에 관한 감정을 느끼기에 좋다. 곡의 제목인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라는 가사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세 번째로는 그림책 <너를 만나 행복해>를 추천한다. 이 그림책은 일본의 스타 화가, 나라 요시토모의 첫 번째 그림이다. 외로운 어린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너무 크고 대단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강아지다. 강아지는 자신에게 다가온 한 소녀와 우정의 관계를 맺고 행복해진다.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은 소설가 요시토모 바나나의 책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아트 작가이기에 이 그림책을 제자에게 선물하면서 꼭 마음에 들어 하길 바랐었다. 그런데 10살 뿐이 안 된 아이가 자신에게 왜 그림책을 선물 하냐고 따지듯이 말하기도 하고 아이의 어머니가 줄글 책이 아니어서 불만을 갖는 게 느껴져서 속이 상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유달리 똑똑한 아이가 종종 외로움을 느낄 것 같아서 위로하고자 준 그림책인데 몰이해를 받아서 속상하긴 했지만, 나로선 매우 따듯하고 행복한 그림책이었다.


너를 만나 행복해 - 예스24 (yes24.com)



이상 나에게 위로를 준 여행과 음악,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았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의 소설은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심해서 그녀의 소설을 읽다가 포기했었지만,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의 집단 트라우마를 건드린 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트라우마도 언젠가 치유를 넘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상처받고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지만, 그러한 아픔과 슬픔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꽃매든 꽃비든 어쩌면 더 나이들어서 뒤늦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겪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자신만의 치유방법을 찾아가길 바란다.



https://youtu.be/NU9JoFKlaZ0?si=cNv4DfZu7jyuTZDo


알라딘: [전자책] 슬픔을 수놓은 손수건 (aladin.co.kr)

슬픔을 수놓은 손수건 | 루비(우연주) | 유페이퍼 - 교보ebook (kyobobook.co.kr)

[전자책] 슬픔을 수놓은 손수건 - 예스24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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