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사람은 선호까지 모두 6명이었다. 매주 음악 감상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한 시간씩 감상한 후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선호는 그 시간들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사람들과 교감한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음악을 향유하는 행복,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 정갈한 음식의 풍미들이 선호를 무기력에서 생기로 물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매번 맞은편에 앉은, 연우를 보는 것도 행복했다. 연우는 귀여운 얼굴에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여성이었다. 예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민혜보다도 더 연우를 사랑하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정말 진짜 사랑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에 대해서도 의사 선생님과 매주 이야기를 나눴다.
“연우 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어요?”
“저와 달리 클래식에 조예가 깊더라고요. 게다가 외모도 정말 꼭 제 스타일이었어요. 성격도 상냥하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사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답니다.”
“네?”
“원래 사랑에는 이유가 없어요. 그냥 좋은 게 사랑이에요. 그냥 그 사람이 좋아서 사랑하게 되는 거요.”
“그럼 제가 연우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진짜 사랑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 뒤에 여러 이유를 덧붙였다는 게 좀 더 정확하겠군요.”
“아.....”
“정말 축하드릴 일이에요. 저는 선호 씨의 눈빛에서 선호 씨가 정말 많이 행복해졌구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셨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선호 씨는 이제 사랑할 준비가 된 거예요.”
“아 그렇군요. 의사 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선호는 병원에서 나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자신은 이전 연애에서 언제나 사랑하는 대상의 조건이 있었다. 얼굴이 예뻐서, 집안이 부유해서, 영리해서, 세련되서 등등. 그런데 의사의 말마따나 연우 씨에 대한 감정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그냥 곁에서 마주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매 순간, 함께하는 시간들이 소중해서, 한 주라도 모임에 안 나가면 미칠 지경이었다. 연우 씨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 사랑한다고 말했던 이전 연애에서 만났던 여자들과는 뭔가 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