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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힘

외상 후 성장

by 루비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연인이었던 두 주인공은 이별 후 서둘러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기억은 지울 수 있어도 마음속 깊이 각인된 사랑마저 지우지는 못했다.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의사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압정을 쥔 채로 악수를 청했었는데 그 환자는 의사를 만난 기억은 잊었어도 다시 악수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을 피했다고 한다. 무의식에 남긴 트라우마는 실로 강력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어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하거나 불안을 느끼거나 머릿속에 경보음이 울리면서 피하게 된다. 예전에 써놨던 글들을 보면 내가 치료를 받으면서 노력해 온 것들이 회복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공황발작 비슷한 느낌도 자주 겪었고 눈물도 잘 흐르고 분노로 인한 폭력성도 보였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확연히 줄었다.


트라우마는 나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은 것들이 많이 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됐고 더 많은 배움의 길을 가고 있고 새롭게 만난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깐. 가끔씩 길을 잃을 때마다, 또는 날짜를 착각해 잘못된 장소에 와있을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실수로 오게 된 여정이지만 뜻하게 않게 새롭게 담아가는 것들이 있다고...


사람들은 쉽게 누군가의 인생이 망했다고 손가락질하고 거리를 두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사실 마음 따뜻하고 여유로운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매정하게 굴지 않는다. 인생이 망한 듯이 보여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은 얼마든지 그려나갈 수 있다.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는 60세에 결혼했지만 행복하고 모험 가득한 삶을 살고 있고, 모지스 할머니는 70세가 넘어서야 그림을 그렸지만 미국의 존경받는 화가로 남았다.


사람을 나이로 평가절하하고 위계서열을 나누고 파벌을 만드는 사람들은 사실 누구보다 가장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아닐까? 기억과 무의식은 트라우마를 남긴 사람들을 반사적으로 피하게 만들지만, ‘외상 후 성장’이라는 말처럼, 상처와 트라우마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더 넓은 마음과 깊은 사유로 인류에 대한 포용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와 트라우마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망한 듯 보인 인생에서도 아픔을 뛰어넘고 훨씬 진취적으로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인생 히스토리를 써나가면서 개성적이고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독특한 인생 여정을 걸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모두가 어여쁜 한 송이 꽃처럼 소중하다.



상처1.png

https://youtu.be/kTVvtlfU-Ts?si=7LUMyLljBRDE0o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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